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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설계도 - 월급으로 부의 배수를 높이는 투자 시스템
이은경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1월
평점 :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월급을 받으면 저축도 하고, 보험도 챙기고, 가끔은 주식이나 펀드도 시도해봤다. 그런데 몇 년을 돌아보니, 노력에 비해 남은 건 크지 않았다. 열심히는 했지만, 체계는 없었다. 돈은 들어왔다가 나갔고, 통장은 늘 비슷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
'부의 설계도'를 읽으며 의지가 아니라 구조라는 메시지를 생각했다. 나는 늘 다짐부터 했다. 이번 달엔 꼭 아껴야지, 올해는 투자 좀 제대로 해봐야지. 하지만 일이 바빠지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그 다짐은 쉽게 흔들렸다. 문제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자동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없어서였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인정하게 됐다.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계좌를 나누고, 월급이 들어오는 날 자동으로 돈이 흘러가게 만드는 것. 고정지출 통장, 생활비 통장, 투자 통장. 소비하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게 아니라, 저축(투자)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하는 구조로 바꾸라는 것이다. 순서를 재배치하는 일, 그게 핵심이었다.
처음엔 이게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다르다. 투자 통장으로 일정 금액이 자동이체되는 걸 보며, 적어도 나는 제자리걸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모으겠다는 결심보다, 돈이 빠져나가는 순서를 정해두는 게 훨씬 강력했다. 감정이 개입할 틈이 줄어드니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해졌다.
특히 예측하려 하지 말고 반복하라는 태도. 그동안 나는 시장을 읽으려 애썼다. 뉴스와 영상들을 보며 언제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에 비해 실행은 적었다. 이 책은 완벽한 타이밍 대신,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흘려보내는 습관을 강조한다. 해보니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대신, 시간을 내 편으로 두는 방식에 가깝다.
또 한 가지, 부를 단순히 돈의 크기로 정의하지 않는다. 돈은 목표라기보다 삶을 지탱해주는 기반이라는 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지는 상태. 그런 의미에서의 부라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방향이 분명하면 된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책이 인생을 한 번에 바꿔주는 비밀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돈은 어떤 구조로 움직이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계좌를 나누고, 자동이체를 걸고, 소액이라도 투자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 대신, 방향이 생겼다. 그리고 그 방향이 매달 반복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든든하다.
많이 버는 법을 찾기 전에, 흐르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