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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언스 웰레스트는 죽지 않아
니콜라스 볼링 지음, 조경실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미있다거나 무섭다기보다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였다. 이야기 자체는 분명 소설인데, 읽는 동안 자꾸 현실 쪽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그 불편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야기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시대를 배경으로 무덤과 실험실, 그리고 어른들의 판단에 휘말린 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사건 자체는 극적이지만, 소설은 일부러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관찰자의 자리에 앉혀놓고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 차분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아이를 위해서, 연구니까, 어쩔 수 없는 일. 이 말들이 쌓일수록 이야기는 점점 숨 막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 다른 누군가를 대상이나 재료로 바꾸는 순간이 아주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그 과정이 너무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점은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아이는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하게 상황의 이상함을 포착한다. 설명되지 않은 공포, 말로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들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어른들의 판단을 더 냉정하게 보게 된다.
분위기는 고딕 소설에 가깝지만, 중심에 있는 건 괴담이나 초자연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선택들,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의 분위기다. 읽고 나면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달랐을까 라는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가 더 길다. 바로 잊히지 않고, 계속 마음 한쪽에 남아서 생각을 건드린다. 그래서 호불호는 분명히 갈리겠지만, 가볍게 소비될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단순한 공포보다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이야기에 끌리는 분
고딕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메시지가 분명한 소설을 찾는 분
읽고 나서 생각이 오래 남는 책을 선호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