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 집에서 저스트YA 13
김서나경 지음 / 책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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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따뜻한 성장소설을 떠올렸다. 제목에 들어 있는 ‘우리 집’이라는 말도 그렇고,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포근해서,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관계가 조금 어긋났다가 다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한 뼘쯤 자라는 이야기일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지도 않고 특별한 사건이 연달아 생기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버스를 타는 일, 집에서 밥을 먹는 일, 어색한 대화, 말하려다 삼킨 감정들 같은 것들이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까? 를 계속 기다리게 되는데 그 기다림이 쉽게 채워지지는 않는다.


이 책의 인물들은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뭔가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그냥 그 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읽다 보면 위로를 받는다기보다는, 누군가의 마음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공감이 되면서도, 동시에 약간 거리를 둔 채 바라보게 된다.


집이라는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로 그려질 법한데 이 책 속의 집은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편안함과 불편함이 같이 있고, 반가움과 어색함이 겹쳐 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다는 게 꼭 안도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정이 더 또렷해지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 이야기가 굳이 모든 걸 정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진다. 기대할 만한 큰 화해나 극적인 변화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아주 짧은 말, 아주 작은 감정만 남긴 채 이야기가 끝난다. 처음에는 이게 끝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게 이 책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전에는 따뜻한 위로를 기대했는데, 읽고 나서는 꼭 위로라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이 남았다. 감정이 다 정리되지 않아도, 관계가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어도, 그 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느낌. 그래서 다 읽고 나서도 책 속 장면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잔잔한 이야기, 조용한 감정, 설명되지 않은 여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맞을 책이다. 반대로 뚜렷한 사건이나 강한 감정선을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읽고 잊히는 책은 아니고, 읽고 난 뒤에 생각이 남는 책이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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