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저출산, 고령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IMF 이후의 한국 사회. 이미 여러 번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처음엔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정리해 준 책이겠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최소 불행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불편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익숙함 때문에 무심코 넘겨왔던 문제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소 불행 사회'는 익숙한 문제를 정리해주는 책이 아니라, 계속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읽다 보니 분석 대상이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서 있던 위치가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다는 사실도 함께 깨닫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최소 불행 사회’가 단순한 비관이 아니라, 실제로 선택되고 작동해온 사회 모델이라는 설명이었다. 일본 사회가 추구한 것은 모두의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체계였다는 분석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고독사나 은퇴 후 고립된 남성들의 모습도 실패라기보다는, 그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개인의 책임이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실패를 너무 쉽게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선택의 문제로 돌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얼마나 효율적인 사회 운영 방식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특히 나는 다를 거야라는 믿음이 오히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생각일 수 있다는 지점에서는 불편함을 느꼈다. 동시에 나 역시 그 믿음에 기대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정책 제안과 숫자들은 의외로 냉정하다. 막연한 희망 대신, 실제로 무언가를 바꾸려면 이 정도의 비용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보다는 경고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다만 이 책 역시 모든 답을 주지는 않는다. 사회가 불행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개인의 삶에 의미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그래서 책은 끝까지 해답 대신 질문을 남긴다. 정말로 이 모든 위험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최소 불행 사회'는 읽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책은 아니다. 대신 막연한 안심을 어렵게 만든다. 그 불편함 덕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나는 과연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