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일딩 선언 -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
김산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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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일딩 선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지만 단호한 톤을 유지한다. 자연을 보호하자거나 환경을 아끼자는 익숙한 메시지를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한 발 더 들어가,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읽다 보면 이 책이 인간 중심적 사고를 흔드는 문제작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와일딩(rewilding)은 흔히 떠올리는 복원 사업과는 다르다. 숲을 다시 심고, 동물을 다시 들여보내고, 인간이 설계한 이상적인 자연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리와일딩은 자연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간이 개입을 줄이고 물러나는 일에 가깝다. 다시 말해, 자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자연을 관리하고 통제해온 기존의 환경 담론을 정면으로 의심한다.


책 속 사례들은 매우 구체적이다. 비버가 돌아온 뒤 강의 흐름이 바뀌고, 늪지가 생기고, 식물과 곤충, 새와 물고기가 함께 돌아오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언제나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농경지는 불편해지고,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책은 그 불편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존이란 본질적으로 불편을 포함하는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가 자연을 얼마나 조건부로 사랑해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자고 말하지만 그 자연이 위험해지거나 통제 불가능해지는 순간 곧바로 불편해한다. 인간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고, 아름답고, 관리 가능한 자연만을 원해왔던 것이다. '리와일딩 선언'은 그런 태도야말로 생태 파괴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점점 생태학의 영역을 넘어 윤리와 정치의 문제로 확장된다. 야생이 돌아오려면 법과 제도, 도시 구조, 토지 소유 개념까지 다시 생각해야 하며 무엇보다 인간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믿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경험은 편안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저자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리와일딩은 희망적인 해결책이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자연은 인간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그 결과 역시 인간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묻는다. 완전히 통제된 세계와, 예측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세계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책을 다 보고 나면, 환경 보호에 대해 쉽게 말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질문이 남는다.

나는 자연을 정말로 존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관리하고 싶은 것뿐인가.

공존을 말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환경 문제를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삶의 문제로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

도시, 개발, 성장 논리에 막연한 불편함을 느껴온 분

쉬운 위로나 단순한 해답보다, 생각을 흔드는 책을 찾는 사람


반대로, 당장 실천 가능한 행동 목록이나 정책 매뉴얼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리와일딩 선언'은 실용서가 아니라 사고방식을 바꾸는 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야생은 우리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비켜설 때 비로소 돌아온다고 이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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