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의 탄생 -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78장 카드의 숨겨진 이야기
앨리슨 데이비스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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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는 늘 신비롭고 어렵게 느껴졌다. 점을 치는 도구라기보다는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세계의 언어 같았다. 그런데 '타로카드의 탄생'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은 타로를 이야기와 상징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미지의 언어로 설명한다.


78장의 카드가 각각 독립된 의미를 갖는 동시에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는 설명이었다. 광대(The Fool)가 여행을 시작하고 여러 선택과 시험을 거치며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는 구조는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과 꽤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점술책이라기보다 그림 해설서이자 인생 비유집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몇 장의 카드를 직접 골라 해석해보았다.


먼저 완드 3은 확장과 전망의 카드라고 한다. 그림 속 인물이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이미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시선을 멀리 두고 기다려도 괜찮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이어 나온 소드 에이스는 조금 날카롭게 다가왔다. 새로운 생각, 결단, 진실을 직면하라는 의미를 책에서 읽었는데 이 카드는 머뭇거리지 말고 정리할 건 정리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감정이 아니라 판단의 영역에서 한 번쯤은 칼같이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의(Justice) 카드는 그 두 카드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이 카드가 상징하는 균형과 책임은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를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켰다. 막연한 기대도, 과도한 두려움도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처럼 다가왔다.


반면 펜타클 9는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에서는 이 카드를 자기 삶을 스스로 누릴 줄 아는 상태로 설명하는데 꼭 부자가 아니라도 자신이 이룬 것을 인정하고 즐길 수 있는 태도를 말하는 것 같았다. 바쁘게만 살다 보니 잊고 있던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감사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연인(The Lovers) 카드는 단순히 사랑이 아니라 선택의 카드라는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와의 관계뿐 아니라 어떤 가치와 방향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카드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카드를 해석해보니 미래를 예언했다기보다는 지금 내 상태를 말로 정리해본 기분이 들었다. 타로카드의 탄생은 타로를 믿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타로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발견하는 경험. 그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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