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 데이터로 증명하는 성장의 공식, 10주년 기념 증보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고영혁 옮김 / 길벗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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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또 하나의 마케팅 성공 사례 모음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담담하고 때로는 불편한 책이었다.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거나 들뜨게 만들기보다 지금까지 뭘 믿고 일해왔는지를 차분하게 되묻게 만든다.


책이 말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팔릴 거라는 믿음, 감각적인 마케팅이 성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는 대부분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성장은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측정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어떤 버튼이 더 눌렸는지, 어떤 문장이 전환을 만들었는지, 어떤 시도가 실패했는지를 끝까지 확인하는 태도 말이다. 이런 반복적인 점검 과정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성장 공식에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읽는 과정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사례는 구체적이고 설명은 직설적이라 어렵지 않게 넘어간다. 스타트업 이야기부터 음악가 협업, 구독 서비스, B2B 영업, 배달 플랫폼까지 다양한 예시가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 내가 좋다고 믿었던 선택은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온다. 책장을 넘길수록, 실패를 분석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이 책은 거대한 빅데이터 이야기보다 오히려 작은 데이터의 힘을 강조한다. 첫 미팅에서 무엇이 오갔는지, 처음 만난 사람이 누구였는지, 이메일 제목 하나가 어떤 반응을 불러왔는지 같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실제 성과를 좌우한다. 결국 중요한 건 멋진 전략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나면 약간의 불편함을 남긴다. 성장은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라 관리되고 측정되며 때로는 냉정하게 판단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그로스 해킹'은 솔직한 책이다. 위로나 동기부여 대신,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케팅이나 기획,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물론이고, 성과라는 말을 쉽게 쓰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그만 믿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이 책의 미덕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태도에도 있다.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성공 공식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맥락에서 질문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독자는 독법을 강요받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실험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점에서 '그로스 해킹'은 방법론서이면서 동시에 일하는 태도에 대한 윤리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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