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 최영 이영애 포엠 캘리그라피 시집
최영(영업의신조이).이영애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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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되묻게 되었다.

저자는 화려한 표현이나 어렵게 꾸민 문장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아주 부드럽지만 단단한 말들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감정의 결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그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씩 풀리면서도 동시에 조용한 사유의 층이 생겼다.


책에서 특히 새롭게 느낀 점은, 존재의 가치가 누군가에게 직접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관점이었다.

시 속 화자는 빛이 직접 닿지 않아도, 상대의 눈빛 속에서 반짝인다는 식의 은유를 사용한다.

그 표현이 오래 마음에 맴돌았다.

누군가에게 즉각적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다정한 방식이 꼭 말이나 행동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부분은 슬픔 앞에 서는 인간의 태도였다.

책 속에서 서로의 눈물과 미소를 마주하는 장면들은 과하게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슬픔을 나누는 방식이 꼭 조언이나 위로의 말일 필요는 없다는 점. 그저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떤 치유가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건 책을 통해 다시 배운 것이라기보다 예전에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 경험에 가까웠다.


물론 책이 주는 모든 메시지가 나에게 완전히 편안했던 건 아니다.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종교적 서사는 내게 조금 낯설었다.

그 장면들도 나름 의미는 있지만 감정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면서 시집 전체의 결이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이 부분은 개인적 취향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지점이다.

그렇지만 이 한계가 책 전체의 진심을 가리는 건 아니었다.


문체에 대해서는 분명히 장점이 있다.

말이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렇다고 얕지는 않다.

캘리그래피와 함께 배치된 페이지들은 시적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이런 시각적 장치가 때로는 감성을 조금 과하게 유도하는 듯한 순간도 있어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건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괜찮다는 단조롭지만 묵직한 위로였다.

그 위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억지로 다정하려 하지도 않는다.

삶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조용한 문장이 하나쯤 떠오르는 것. 그게 이 책이 가진 힘이라고 느꼈다.


이 책은 읽고 나면 삶이 달라지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온 마음의 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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