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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의 나라
남킹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11월
평점 :
남킹의 '주얼리의 나라'는 처음에는 단순한 정치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한 서늘함이 남는 책이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의 에테르 공화국이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거 그냥 우리 이야기 아닌가? 라고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일부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어느 날 밤 선포된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나라의 시간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순간에서 시작한다. 정부와 언론, 권력층이 무언가 거대한 비밀 위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차근차근 국가 시스템의 균열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소설이 비선을 둘러싼 스캔들이나 대통령 부인의 이상 행동 등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훨씬 더 깊고 넓다는 점이다.
이 소설의 중심 메시지는 권력은 결국 시민의 관심과 감시 위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익명의 수백만 시민들이 그 밤의 진짜 주인공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소설이 끝나고도 오래 남는 문장이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읽는 동안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대통령 부인이 점점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가는 장면들이다. 어두운 방, 무거운 공기, 보이지 않는 시선에 대한 집착… 작가는 그녀의 심리 상태를 통해 권력의 폐쇄성과 고립감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마치 그 커다란 관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덤처럼 묘사되는데 이 이미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권력이란 결국 사람을 고립시키는가? 아니면 고립된 사람이 권력을 일그러뜨리는가?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언론의 역할이다. 책 속 기자들은 비선 스캔들을 파헤치며 국민적 관심을 모으지만 그들의 취재 과정 역시 완벽하지 않다. 사실과 추측, 정치적 의도와 개인적 욕망이 뒤섞이면서, 독자는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취약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정보 과잉 시대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소설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얼리의 나라'는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소설 후반으로 갈수록 시민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은 묘하게 희망적이다. 민주주의는 누군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몸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묘한 씁쓸함과 함께 작지만 확실한 힘이 남는다.
이 책이 왜 읽을 만한가?
정치권력의 민낯을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한 폭로나 풍자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을 되짚는 힘이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스캔들이 왜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는가?
사회 문제를 문학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
정치 스릴러지만 가벼운 자극보다 구조를 보고 싶은 사람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과 공명하는 소설을 찾는 독자
비선, 권력 스캔들, 양극화된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주얼리의 나라'는 단순히 재미있거나 시사적인 책이 아니다.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사회의 구조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