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 - 테크기업 일잘러는 어떻게 한술 더 뜨는가
이후정 외 지음 / 유엑스리뷰 / 2025년 11월
평점 :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는 테크 기업 내부에서 기획자들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어떻게 사고하며,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는지를 살아 있는 언어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기획을 이상화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기획이라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조율과 반복된 문제 해결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콜(On-call)과 장애 대응에 대한 내용이다. 서비스 장애는 기술적 문제이지만, 그 대응은 철저히 인간의 문제다.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팀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며 잘못된 대응이 더 큰 혼란을 부르는 상황에서 기획자는 엔지니어 못지않은 책임을 짊어진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 갑작스레 장애 연락을 받고 모두가 노트북을 펼쳐 대응하는 장면은 현대의 기술 서비스가 얼마나 일상과 긴밀히 맞물려 있는지, 그리고 그 인프라를 유지하는 노동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상기시킨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사용자 현실과 기술의 속도가 엇박자를 이루는 지점이다. 고령층이나 장애 이용자의 경험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중심 서비스는 빠르게 진화하지만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용자층은 오히려 더 큰 불편과 배제를 경험한다. 저자들은 이를 단순한 UX 개선 차원이 아니라 기술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확장한다. 기획이란 결국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를 끝없이 되묻는 일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팀 내부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흐름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동료에게서 받는 피드백, 스스로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순간,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이런 에피소드들은 기획자의 일이 논리적 사고와 전략뿐 아니라 감정 노동과 관계 유지 능력 위에 서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기술 조직이라 해서 인간적 요소가 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층 더 섬세한 진폭을 가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획이라는 직무의 실제적 무게가 신파 없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멋지게 기획안을 만들고 발표하는 순간보다는 장애 대응-사용자 불만-팀 간 조율처럼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이는 곧 기획자의 일은 서비스 운영과 인간의 감정, 기술적 제약과 사용자 현실을 동시에 바라보는 다층적 행위임을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기획자나 테크 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가치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은 각자 다른 속도와 조건을 가진 존재다.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는 바로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기획을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기획이란 결국 인간의 현실을 기술의 속도에 맞춰 조율하는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