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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도 괜찮아 용기만 있다면 - 250만 명의 인생을 바꾼 배짱 이야기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5년 11월
평점 :
솔직히 말하면 이 책 처음 펼쳤을 때 느낌은 좀 미적지근했다.
마치 어제 밤에 탕비실에 놔둔 보리차 머그컵을 아침에 다시 마시는 느낌.
뜨겁지도, 차갑지도, 그렇다고 버릴 정도로 나쁘지도 않은 그 애매한 온도.
또 이런 조언서 느낌인가 보다 하면서 읽었는데 이상하게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그게 이 책의 첫 번째 함정(?)이었다.
읽다 보니 분위기가 서랍 한 켠에서 굴러다니다 손에 잡힌 좀 닳은 연필 같다.
겉모습은 별로지만 막상 글을 써보면 손에 착 맞고 생각보다 잘 써지는 그 느낌.
이미 들어본 말 같은데 뭔가 지금 내 상태와 절묘하게 맞물려서 맞아 하고 혼잣말이 나오는 포인트들이 있다.
중반부에선 기분이 좀 달라진다.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닌데 식은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20초만 돌려서 다시 먹을 만해진 순간처럼
의외의 온기가 스멀스멀 살아난다.
특히 기분의 동조성 부분에서 뜨끔했다.
친구가 하기 싫은데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가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혼자 집에 와서 오래 신경 쓰고
나만 예민한 건가 싶어 스스로 눈치 보고…
아 이거 그냥 내 이야기구나 싶어 고개가 자동으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이 책이 은근히 잘하는 게 있다.
거창한 심리학 강의가 아니라 지금 너 너무 많이 생각만 하고 있어
이걸 생활 언어로 조용히 찌른다는 점이다.
후반부는 조금 더 따뜻해진다.
이쯤 읽으면 책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은근히 달콤한 모나카 아이스크림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쉬운 얘기 같지만 안쪽에 쌓인 경험치가 스윽 올라온다.
용기 움직임 작은 행동
이런 단어가 가볍게 보일 수 있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 단어들이 생각보다 구체적인 무게를 갖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너무 뻔해서 무시하던 것들인데
실제로 내 일상에서 제일 부족한 게 바로 그 작은 용기였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깨달았다.
이 책은 처음엔 별 매력 없어 보이지만
읽다 보면 정 붙어버리는 낡은 수건 같은 책이라는 걸.
좀 누래지고 보풀도 나 있는데
이상하게 버릴 수 없는 그 수건 말이다.
손에 닿는 촉감이 편안해서 결국 계속 쓰게 되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책이 내 등을 아주 살짝 미는 느낌이 든다.
일단 움직여봐. 완벽할 필요 없어.
그 한마디가 요즘처럼 마음이 쉽게 꺼지는 시대엔 생각보다 크다.
크게 인생이 뒤집히는 책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움직이게 만드는 책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떤 조언보다 실질적인 건 그런 책이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 하나만 솔직히 더 말하자면
이 책은 오늘부터 열심히 살아라 같은 부담을 주지 않는다.
대신 너 지금 이 정도면 충분히 애쓰고 있어,
근데 아주 작은 한 발만 더 내딛어보자 하고 옆자리에서 조용히 말을 걸어주는 정도의 힘이다.
그래서 읽고 나서 숨이 좀 덜 막힌다.
거창한 다짐을 요구하는 책들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적당히 산뜻하고 적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오히려 더 잘 들어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