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거지가 국회의원
원광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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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솔직히 제목이 너무 세서 웃었다.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이라니, 이건 영화 아니야?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웃음이 점점 조용해졌다.

이건 성공 신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맨손으로 버틴 인생의 증언집이었다.


원광호는 고아 아닌 고아로,

배고픔을 친구 삼아 살던 시절의 냄새까지 솔직하게 쓴다.

그가 말하는 절규는 문학적인 장식이 아니라

정말로 배에서 울리던 절규다.

그 시절, 한 줌의 밥과 한 사람의 격려가

어떻게 한 소년의 세계를 조금씩 바꿨는지를

참 단단하게 보여준다.


📖 특히 ‘필름 한 통’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580원짜리 필름을 사서

동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장면.

그건 그냥 취미나 호기심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그는 배고픔보다 더 큰 결핍,

즉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를 채워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결혼식, 주례가 둘이라는 챕터에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결국 그는 정치보다 사람에 더 마음이 가는 인간이었다.

그게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그 허술함 때문에 신뢰가 생긴다.


책을 덮고 나니 꿈이 있으면 아직 실패한 게 아니다라는 문장이

그냥 문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여주는 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지독하게 진심인 생존의 기술이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도 깡통이 있었다.

텅 비어 있었지만 그 덕분에 뭘 담을 수 있었던 시절.

그때 나는 그게 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

이제야 안다. 그 깡통이 나를 키웠다는 걸.


결국 성공이란,

깡통을 발로 차다가 그 소리에 놀라 멈춰서서

이게 내 리듬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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