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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 심리학 - 타고난 기질과 성격으로 해석하는 당신 마음의 심리적 DNA
조연주 지음 / 북스고 / 2025년 9월
평점 :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언제나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엇나가고、 오해는 쌓이고, 어느새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나는 늘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그러다 조연주 작가의 ‘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심리학’을 읽게 됐다。제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기질은 우리의 반응과 감정을 결정짓는 마음의 기본 언어다.였다. 마치 오래된 오해의 실타래가 한 올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이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다. 작가는 오랜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속 자동반응。 즉 타고난 기질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지를 구체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도망치듯 회피한다. 그 차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반응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관계들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시선이 바뀌자, 감정의 결도 함께 달라졌다.
책 속 한 구절에서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강의 끝나면 어디로 가세요?라고 묻는다. 친구 만나러요, 운동하러 가요 같은 대답이 이어지면, 작가는 마지막으로 그럼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라고 되묻는다. 그때 깨닫는다. 우리는 언제나 어딘가로 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돌아갈 마음의 집을 잊고 살아간다는 걸. 이 구절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내 마음이 자주 흔들렸던 이유는, 내가 돌아갈 집。 즉 나 자신의 기질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멀어졌던 친구 한 명을 떠올렸다. 늘 냉정하고 무뚝뚝한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지만, 책에서 말하는 회피형 기질을 이해하고 나니, 그 친구의 침묵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불안을 피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왜 저래? 대신 그럴 수 있겠다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했다.
‘기질심리학’은 단지 사람을 분류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당신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위로한다. 우리는 누구나 타고난 심리적 리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곧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 후반부에서는 브레네 브라운과 존 볼비의 연구를 인용하며 취약성과 애착의 개념을 기질과 연결해 설명한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는 부분에서 나는 무심히 눌러왔던 내 감정들이 생각났다. 불안, 외로움, 두려움… 그것들은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당신이 돌아갈 집을 찾아서’를 덮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관계의 해답은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기질을 이해하는 데 있었다. 나를 이해하는 순간,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관계는 부드럽게 흐른다. ‘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심리학’은 거창한 변화 대신 이해라는 작지만 단단한 변화를 선물한다.
지금도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이 책의 문장을 떠올린다. 기질은 마음의 기본 언어다.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그 언어를 이해할 때, 비로소 관계는 덜 아프고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