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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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입맛은 산 사람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다리아 라벨, 끝맛(Aftertaste)


이 소설의 그는 죽은 사람의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지막 한 끼를, 그 사람이 느꼈던 감정까지 그대로 느낀다.

달콤함, 짠맛, 쓴맛。 그 모든 게 기억의 언어가 된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부엌의 장면이 그려졌다.

불 위에서 기름이 튀고 냄비 안에서 소금이 녹아드는 순간.

그건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다리아 라벨의 문장은 섬세하다.

냄새, 온도, 식감이 살아 있고,

그 사이사이에 슬픔이 조용히 스며 있다.

이 소설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람들의 죽음을 맛으로 경험하면서,

점점 그 맛이 자신 안에도 남는다는 걸 깨닫는다.

죽은 이의 기억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건 기이하고 동시에 아름답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

그 안에도 어쩌면 누군가의 흔적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맛 하나에도, 잊었던 감정이 숨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결국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느끼는 맛은 지금 이 순간의 것이야,

아니면 누군가의 부재가 남긴 끝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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