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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일기장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5년 10월
평점 :
“미래는 이미 쓰여 있었다. 다만 나는 그걸 오늘에서야 읽었다.”
고혜원 작가의 ‘미래가 보이는 일기장’(빅피시).
미래가 보인다는 설정은 어쩌면 낡은 판타지 장치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그 장치를 감정의 투명한 거울로 만든다.
시간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자기 마음의 결을 알아보는 이야기로.
주인공은 우연히 미래가 기록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일기장은 하루 뒤의 자신에게 닿는 편지처럼,
곧 일어날 일들을 정확하게 예고한다.
처음엔 그것이 구원의 실마리처럼 느껴지지만,
곧 예측 가능한 삶이 살아 있음의 의미를 갉아먹는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진짜로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덜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 단순한 전제를 통해
청춘의 불안과 성장의 윤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 눈길 하나, 하루의 공기 같은 것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작은 감정의 파문 속에서,
인물들은 변화가 아니라 이해를 배운다.
그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깊은 울림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와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던 일.
지금 돌아간다면, 다른 말을 했을까?
그 질문이 책 속 인물의 고민과 겹쳐졌다.
아마 나도, 그 친구도
그 시절의 불안과 어색함 속에서
제각각의 일기장을 써내려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일기장은 미래가 아니라
그저 그날의 마음을 간신히 붙잡아두려는 기록이었을 테니까.
‘미래가 보이는 일기장’의 매력은,
결국 시간을 다루면서도 시간보다 마음을 더 신뢰한다는 데 있다.
미래를 바꾸는 건 큰 결심이나 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다정해지려는 작고 꾸준한 노력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청소년소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읽는 내내 오히려 어른으로서의 내가 자주 흔들린다.
나는 내일을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가?
아니, 나는 지금을 얼마나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책을 덮고 나면, 예언도, 교훈도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이 남는다.
미래를 안다는 건 결국 현재를 깊이 느끼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살기로 했다.
“우리가 바꾸려 애쓰는 건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 자신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