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 -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니체 인생 수업
양대종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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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안의 무기력에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그것은 다정하지 않지만 이상할 만큼 따뜻하다. 니체의 언어는 위로가 아니라 일종의 각성이다. 그는 고통을 도망쳐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스승으로 보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 스승과 평생 씨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실패했던 일, 관계의 오해로 마음이 부서졌던 밤, 도망치듯 포기했던 몇 가지 꿈들. 그때 나는 단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니체는 그 고통의 자리야말로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가장 깊이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괴로운 순간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진짜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자리다.


책상 위 노트를 펴고 그 문장을 옮겨 적었다. 펜 끝에서 느껴지는 묘한 떨림. 단순한 필사가 아니라 마치 내 안의 상처를 다시 쓰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힘든 순간마다 노트에 짧게라도 지금의 나를 적는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다잡기 위한 일종의 사유의 일기처럼.


읽고 쓰는 일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읽기와 쓰기는 단순한 지적 놀이가 아니라 피로 새긴 정신을 전달하는 실존적 소통 행위다. 그는 머리로 이해하는 독서를 거부했다. 진짜 독서는 몸으로 겪는 일, 삶 전체로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살아내야 하는 태도, 매일의 결심,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연습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일상의 자세가 조금 달라졌다. 실수해도 나를 과하게 탓하지 않고 불확실한 내일에도 어쨌든 다시 시작하자고 스스로를 격려하게 되었다. 니체가 말한 의지란 결국 이런 것 아닐까.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힘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려는 미약하지만 끈질긴 에너지.


니체는 완벽한 인간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자기 안의 모순과 싸우는 인간을 긍정한다. 인간이란 모순의 동물이고, 그 모순 속에서 성장한다. 그래서 그는 초인을 신적 존재로 상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인은 인간이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도 다시 의지를 세우는 과정, 그 불완전한 여정 속에서 탄생한다.


때로는 나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며 진짜 마음을 숨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니체는 그런 연기를 꿰뚫어본다. 그는 외면의 진실보다 내면의 불안을 본다. 그리고 바로 그 불안 속에서 피어나는 의지의 힘을 믿었다. 그에게 약함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힘이 움트는 토양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니체의 철학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전한다는 점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일상의 언어로 녹아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칼날이 있다. 불행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드는 재료다. 이 말을 마음속에 새기니 요즘의 작고 고단한 일들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일상의 실패가 더 이상 수치가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니체는 말한다. 너의 삶을 사랑하라. 그것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이 명제를 곱씹을수록 삶의 비극이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고통은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깊은 차원의 자유에 도달하도록 몰아붙이는 시련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약함을 부정하지 말고 그것을 견디는 힘으로 바꾸라는 말. 이 책은 약함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약함은 부정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인간됨의 증거다. 니체의 철학은 바로 그 인간됨의 긍정에서 출발한다.


니체를 읽는다는 건, 자기 안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시 걸어갈 용기를 배우는 일이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나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니체가 말한 진짜 자유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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