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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평점 :
요즘,
별일은 없는데, 하루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
그럴 때 이 책, 김희숙의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를 꺼내 들었다.
몇 장 넘기지 않아 금세 마음이 느려졌다.
작가의 문장은 아주 부드럽고 조용하게 흐르는데,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묵힌 마음의 결이 있다.
“일상은 시간을 모아 삶이 된다.
시간은 일상을 품어 오늘을 만든다.”
별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요즘인데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게 내 전부인 것 같던 날들 속에서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나는 그냥 살아내고 있었구나.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거였구나.”
김희숙의 글에는 요란한 감정이 없다.
그 대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배추를 절이는 손끝,
조용한 산책길의 바람,
불 꺼진 집 안의 작은 등불 같은 장면들이
하루의 온도를 조금씩 바꿔놓는다.
그런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이 그 안에 겹쳐진다.
나도 모르게 잊고 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별 일 없던 어느 밤,
창문을 열었을 때의 공기,
쓸쓸했지만 이상하게 편안했던 그 감정.
행복이라는 단어는 늘 멀리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책은 그걸 아주 가까운 곳에서 꺼내 보여준다.
커피가 식어가는 시간,
조용히 걷는 길,
누군가의 안부를 생각하는 그 짧은 순간들.
그게 다 행복의 모양이었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이렇게 잠시 멈춰 서는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제야 알았다.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런 멈춤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말없이 내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듯한 책.
그게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였다.
🌿
행복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오늘을 견디는 것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