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 -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낸 실전 소통법
이수경 지음 / 지니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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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을 펼치자마자,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떠올랐다. 카페인의 각성이 아니라 은은하게 몸을 데워주는 온기. 이 책은 바로 그런 온도의 언어로 시작된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태도,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질문. 작가 이수경은 그것을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내면서도, 전혀 차갑지 않은 문체로 우리 마음의 표면을 부드럽게 두드린다.


책은 질문 하나가 대화의 공기를 바꾸고, 관계의 흐름을 결정짓는다.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님을 금세 알게 된다. 질문은 누군가를 변화시키기보다, 나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회복의 언어다. 작가는 그것을 말 없는 질문, 즉 경청의 힘으로 설명한다. 당신이 진심으로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때,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내가 중요하구나를 느낀다.라는 헨리 나우웬의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낸다.


며칠 전, 사소한 말다툼을 한 친구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왜 그렇게 말해?라며 맞섰을 나였다. 하지만 책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해결을 재촉하기보다 이해를 위한 질문을 던져라. 그래서 나는 대신 이렇게 물었다. 그때 네 마음은 어땠어? 순간 친구의 표정이 풀리더니, 공기가 달라졌다. 질문 하나가 관계의 온도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 경험이 너무 생생해서, 책 속 문장들이 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은 우리가 묻는 법을 잊어버린 시대에 대한 조용한 반성문이기도 하다. SNS 속 짧은 대화와 빠른 판단이 익숙해진 지금, 진짜 질문은 사라지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의 유대는 디지털의 편리함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따뜻함에서 형성된다. 이 문장은 지금의 사회에 던지는 절실한 경고이자 위로였다.


책 후반부에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등장한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직장 내의 오만한 상사,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지 못한 대화들. 그러나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관계를 바꾸는 힘은 강요가 아니라 인정에서 비롯된다. 아이에게 왜 숙제 안 했어? 대신 그렇게 느낄 줄 몰랐어. 어떻게 하면 네 방식도 지킬 수 있을까?라고 묻는 순간, 관계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질문 하나가 협력의 문을 여는 것이다.


또한 책은 질문을 단지 말의 차원에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질문 일기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실천적 방법으로 확장한다. 실제로 UC버클리 상담학부 연구에 따르면, 자기 질문을 꾸준히 기록한 사람들은 우울감이 줄고 삶의 만족도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질문은 심리적 회복을 돕는 구체적 도구인 셈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오래된 머그잔에 다시 따뜻한 차를 붓는 기분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마셨지만, 몸 안 어딘가가 천천히 데워졌다. 그것은 질문이 가진 온도였다. 관계의 냉기가 서서히 녹고, 마음이 다시 말랑해지는 체험이었다.


이 책은 대화를 잘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만든다. 상대의 말 사이에 흐르는 침묵 속에서, 내가 얼마나 조급했고, 얼마나 나 중심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질문은 상대를 바꾸려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치유하는 언어였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는가?”

“내 말은 상대의 문을 열었는가, 아니면 닫았는가?”

이 질문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부드럽고, 덜 급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은 말의 시대를 지나, 마음의 시대로 들어가는 길목에 놓인 책이다.

한 모금의 따뜻한 차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스며든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내 안의 차가운 공기가 조금은 따뜻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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