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 - 100명의 사람 그리고 100개의 삶
이기영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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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책장 앞에 섰다.

하루 종일 사람 상대하고, 컴퓨터 보면서 말로만 살아온 날.

그럴 때 있지 않나 — 그냥 조용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날.


그렇게 꺼낸 책이 '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였다.

“100명의 사람, 100개의 삶.”

처음엔 그냥 짧은 에세이 모음집인가 했는데,

읽다 보니까 이상하게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얘기처럼 와닿더라.


한 장에서는 택시 안에서 미터기 숫자를 보며

심장이 같이 뛰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그거 나였다.

통장 잔고랑 신용카드 한도 보면서

아 제발 여기서 멈춰주세요라고 속으로 외치던 내 모습 그대로.

근데 그 문장 뒤에 묘하게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불안한 사람의 마음을 꾸짖지 않고 그냥 옆에서 그래, 나도 그랬어. 하고 말해주는 느낌.


다른 챕터에서는 목욕탕에서 갑자기 일상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별 일 아닌 것처럼 시작해서,

순간적으로 현실이 뒤틀리는 그 장면 —

그런데 그 뒤로 이어지는 문장이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울컥했다.

삶이란 게 거창하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날의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 책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읽다 보면 문체가 막 감성적으로 포장된 게 아니라,

진짜 사람 냄새가 난다.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좀 서늘하고,

가끔은 너무 진심이라 숨이 막힌다.

근데 그게 위로다.

누군가 내 옆에 앉아서

야, 그래도 살자. 그게 다 별빛이야.

이렇게 말해주는 기분.


책을 덮으면서 잠깐 멈춰 있었다.

이상하게 내 마음이 좀 조용해졌다.

세상이 여전히 시끄러운데, 나 혼자만 숨 돌린 느낌.

그게 별빛이라는 거겠지 —

소리 없이 빛나지만, 분명히 거기 있는 것.


그런데 솔직히 마지막 페이지 덮고

눈물 고인 채로 냉장고 열었더니,

유통기한 지난 두부가 나를 보고 있었다.

순간 진지함 다 깨지고,

그래 인생 뭐… 결국 상하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거야.

하고 혼잣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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