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실종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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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또 다른 실종자'(질리언 매컬리스터) 에 빠져 있다.

표지를 펼칠 땐, 단순한 실종 미스터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장 넘기기도 전에 깨달았다.

이건 사라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용히 사라져가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줄리아, 형사이자 엄마.

그녀는 딸을 지키기 위해 법을 어긴다.

단 한 번의 선택이 모든 것을 뒤흔든다.

그리고 이후의 모든 순간이, 그 선택의 그림자가 된다.

사건을 쫓을수록, 진실보다 더 깊은 어둠 — 자기 자신이 드러난다.


📍

“실종됐다는 그 여자는 찾았어요?”

“아니. 막다른 골목에서 사라졌다더니, 팟캐스트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네요.”


짧은 대화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뉴스에서 실종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정작 사라지고 있는 건 사건 속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 같았다.


일 속에, 관계 속에, 책임 속에 파묻혀가며

조금씩 흐릿해지는 감정, 무뎌지는 윤리, 사라지는 자의식.

이 책은 그런 보이지 않는 실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며칠 전, 비가 오던 오후였다.

습한 공기 속에서 이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창가 유리에 번진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이 책 속 줄리아처럼,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실종된 건 올리비아가 아니라

내 안의 감정, 내가 외면해온 양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나도 언젠가 나를 잃어버렸구나.


💬

“제가 살아있는 한,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영원히 저를 따라다닐 거예요.”


그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모른 척 넘어갔던 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라 믿었던 죄책감들이

모두 다시 떠올랐다.

결국, 사람은 잊지 못한다.

단지 그 기억을 덮은 채, 살아갈 뿐이다.



🌙

'또 다른 실종자'는 결국 누군가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나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다.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쫓던 형사가

결국 자기 안의 어둠을 마주하며 다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책을 다 읽은 후, 한참 동안 눈을 감지 못했다.

바깥엔 여전히 빗소리가 내렸고,

그 소리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완전히 사라진 건 아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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