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과 함께한 삶 - 바다를 지키기 위한 해양 생물학자의 투쟁
크리스티네 피게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스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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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바로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일이다.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쓰고 버리던 물건이었지만 크리스티네 피게너의 책 '바다거북과 함께한 삶'을 읽고 나니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빨대처럼 섬뜩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젊은 해양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환경 다큐멘터리 기록을 넘어 바다를 향한 그녀의 뜨거운 사랑 고백이자 동시에 우리 인류의 무지함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코스타리카의 습하고 어두운 해변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저자가 경험한 가장 충격적인 사건, 바로 코에 빨대가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던 바다거북을 구조하는 영상의 뒷이야기는 내 마음속에 마치 뜨거운 돌덩이가 떨어진 듯한 묵직함과 죄책감을 남겼다. 이 8분짜리 영상 하나가 전 세계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운동의 불씨를 지폈다는 사실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진 자료에서 본 것처럼 바다거북의 산란을 지키기 위한 고독한 밤 순찰, 밀렵꾼들이 남긴 참혹한 흔적 등, 그녀의 일상 자체가 멸종 위기종을 위한 간절한 투쟁의 연대기였다.


피게너는 바다거북의 생태를 설명할 때 마치 오래된 친구의 비밀을 속삭이듯 다정하고 섬세하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자신의 고향 해변으로 정확히 돌아와 알을 낳는 본능적인 회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생존의 어려움들을 읽다 보면,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명체가 우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려온다. 그녀는 해양 생물학자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바다거북의 짝짓기, 유전적 다양성의 중요성 등 과학적인 사실들을 전달하면서도, 결국 이 모든 연구의 목적은 보호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맑은 물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엔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에 매료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맑은 물 안에 떠다니는 작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 같은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선명하게 비친다. 나 하나쯤이야 했던 무책임한 습관들이 바다거북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오염의 파도가 되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나는 문득 내 방 구석에 놓인 오래된 자명종 시계를 떠올렸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그 초침처럼 지구의 환경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경고한다. 바다거북은 몇천 년 동안 방향을 잃지 않고 바다를 누벼왔지만 지금 그들의 생명의 나침반은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오염으로 인해 고장 나고 있다.


'바다거북과 함께한 삶'. 이 책은 우리에게 바다가 슬퍼할 때, 우리의 삶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속삭인다. 오늘밤, 창밖의 어둠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마시는 따뜻한 물 한 모금처럼 깨끗하고 맑은 바다가 모든 생명에게 허락되기를. 바다거북이 헤엄치는 푸른 세상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다의 깊은 숨이 우리 모두의 삶 깊은 곳에서 계속 느껴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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