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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며칠 전, 표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짙은 녹색 바탕에 하얀 고양이 실루엣, 그리고 제목 '고양이 예찬'.
표지 한가운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누가 고양이를 알까?
과연 당신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한 문장이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오래 보아왔다고, 감히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질문 앞에서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정말... 나는 고양이를 아는 걸까?
🐈 릴케에서 카뮈까지, 철학이 아니라 ‘태도’의 이야기
스테파니 오세는 프랑스 작가답게 문체가 유려하면서도 단정하다.
그녀는 단순히 고양이를 찬양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의 존재 방식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비추는 거울을 놓는다.
책은 릴케, 카뮈, 보들레르, 도레빌리 같은 작가들의 고양이를 불러온다.
릴케에게 고양이는 신비이자 타자성의 표상이고,
카뮈에게는 자유와 고독의 화신이며,
도레빌리에게는 욕망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림자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들의 이야기가 철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얼마나 불안정한가에 대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 “고양이는 떠난다. 그러나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책의 중반부에서 오세는 이렇게 쓴다.
“밤과 자유, 폭신한 땅, 파수꾼 같은 어둠…
그것들이 고양이의 영역에서 하나가 된다.”
이 문장을 읽는데, 문득 예전에 함께 지냈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듯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한동안 창문 앞을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아이는 떠났지만, 그 고요한 시선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아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건 붙잡지 말라는 태도였다.
그건 삶을 대하는 가장 어려운 예의이기도 하다.
💭 ‘자유를 닮은 존재’에게 배우는 삶의 균형
'고양이 예찬'은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몹시 감각적인 책이다.
그녀는 말한다.
“자유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드높은 이상을 꿈꾸는 작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고양이는 무심한 듯 다정하고, 냉정한 듯 따뜻하다.
그 모순의 결이 인간을 닮았지만 결코 인간의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 깨달았다.
고양이는 가까움이 아니라 거리를 통해 사랑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걸.
그 거리는 외로움이 아니라 존중의 간격이었다.
🌤️ 마무리하며 – 소박한 깨달음 하나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가까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진짜 가까움은,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일이다.”
고양이처럼.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하지만 곁에 있을 때 가장 따뜻한 온기를 남기는 존재처럼.
📚 한 줄 평
🐾 “고양이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