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보는 그림의 비밀
이정우 지음 / 투래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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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줄 서서 보는 그림의 비밀>

책을 보기전까지 나는 예술가들의 이름값이 단순히 천재성에서 비롯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읽고 나니, 그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전략으로, 때로는 고집과 집착으로, 때로는 시대와 싸우며 자신을 작품 위에 새겨 넣고 있었다.

두샹이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 넣으며 예술을 장난으로 재정의하던 장면을 읽는데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친구들이 다 진지하게 과제를 할 때,나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쓸데없는 짓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나서야, 그 시도가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냈다는 걸 알게 됐다. 두샹이 그랬듯, 세상에 비웃음을 사던 낙서가 결국 길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거다.

달리의 초현실적 외교관 면모를 다룬 장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나는 직장 생활 중 큰 프로젝트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러 크게 혼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을 맡게 됐고 결과적으로 내 진로가 새로 열렸다. 달리가 자신의 과격한 언행을 오히려 무기로 삼았던 것처럼 나 역시 실수라는 약점을 다른 가능성으로 바꾸어냈던 순간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뱅크시. 얼굴 없는 아웃사이더로 세계를 뒤흔드는 그의 전략을 읽으며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넌 늘 조용히 있었지만, 사실 너도 흔들고 있었잖아. 이름 없는 시간들, 기록되지 않은 노력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책이 일깨워주었다.

책 속 문장이 마음을 붙잡았다.
“예술은 단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을 새긴 것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삶의 캔버스 위에 작은 흔적들을 남기며 여기까지 왔다. 그 흔적이 언젠가 누군가의 눈에 닿아 나의 이름값이 된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자 삶의 힘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괜히, 지난 시간들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처럼 내 앞에 펼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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