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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 심리상담사가 들려주는 감정 회복의 심리학
양스위엔 지음, 박영란 옮김 / 파인북 / 2025년 9월
평점 :
괜찮은 척,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지친 나에게 보내는 가장 따뜻한 위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가면을 쓴다. 회사에서는 책임감 있는 직원의 가면을, 친구들 앞에서는 유쾌하고 밝은 사람의 가면을. 속으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미소를 짓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제가 할게요! 라며 웃어 보였던 날들. 퇴근길, 지친 몸으로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밖에서 보이는 내 모습은 항상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지쳐 있었던 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에게 솔직해도 괜찮다고 이제 그만 자신을 힘들게 해도 된다고 속삭여준다.
책은 우리가 왜 괜찮은 척 해야만 했는지,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강박,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 애썼던 기억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실을 회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갈등이 생기면 도망치려 하고, 새로운 관계나 취미에 몰두하며 현실을 덮으려는 우리의 심리. 마치 매운 음식을 먹고 입이 아프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찾아 먹는 것처럼 잠시 통증을 잊게 해주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진정한 해결책은 갈등을 직면하는 것에 있다고 책은 말한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더 성숙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배우자의 휴대폰을 보는 문제,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등 현실적인 고민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나의 감정에도 자리를 내어줄 때, 비로소 나로 살아진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보통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고 배려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별거 아니야라며 무시하고 덮어두곤 한다. 이 책은 나 자신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와 허락을 건네는 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나는 잔잔한 봄비를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꿉꿉했던 마음의 먼지가 씻겨 내려가고 깨끗하고 맑은 감정들이 남아있는 느낌.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안의 작은 슬픔과 불안을 이제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책은 괜찮은 척 하느라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