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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한 그릇 - 맛에 진심이라면,
박찬일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9월
평점 :
어릴 적 엄마가 시켜주던 짜장면이 잊히지 않아서일까, 혹은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먹던 따뜻한 칼국수 때문일까? 우린 왜 그렇게 음식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걸까. 단순한 배 채우기를 넘어, 음식에 얽힌 소중한 추억들은 삶의 한 페이지처럼 마음 한 켠에 깊이 새겨진다.
요즘 푹 빠져버린 책, 박찬일 셰프님의 '교양 한 그릇'. 겉표지부터 정겹고 푸근한 그림에 마음을 뺏겼는데 책을 펼치니 이 작가님, 글도 참 맛깔나게 쓰시더라.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져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친구와 마주 앉아 추억의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같은.
짜장면, 떡볶이, 냉면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식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단순한 레시피 북이 아니라 음식 하나하나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매번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냉면이 사실은 겨울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조상들은 왜 추운 겨울에 냉면을 먹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읽으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방식에 새삼 감탄했다.
그리고 김밥 '속' 이야기를 읽을 때는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햄이 들어간 김밥이 유행하기 시작한 게 1970년대 후반이라는 대목을 읽는데 어릴 적 소풍 때 엄마가 늘 참치김밥 말고 기본 김밥을 싸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그 김밥 한 줄에 담긴 엄마의 정성과 세월의 흐름이 느껴져서였을까.
이 책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따뜻한 추억이 담긴 교양을 한 그릇 가득 담아낸 책이다. 레시피를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음식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할 거다. 나처럼 먹는 걸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 책을 집어 든 순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책은 내 취향이구나. 주말 오후, 햇살이 잘 드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이 책을 펼치고는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배고파져서 결국 샌드위치를 시켰다는 건 안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