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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속담이 말한다 - 사랑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정종진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8월
평점 :
빨간 책 한 권이 전해준 사랑의 품앗이, 《사랑, 속담이 말한다》
'사랑, 속담이 말한다'. “사랑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라는 부제가 나를 잡아끌었다. 사실 나는 속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뻔한 옛말, 너무 단순화된 교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본 순간, 속담이라는 오래된 지혜가 얼마나 따뜻하고도 날카롭게 우리 일상을 비추는지 깨닫게 됐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사랑도 품앗이다”라는 구절이었다. 주고받아야 한다는 말, 그 단순한 진리가 요즘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그동안 주는 것에만 집착했고 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공허해지고 지쳐 있었다. 마치 우물에 물을 길어다 붓기만 하는데 정작 내가 목마르다는 사실을 외면한 셈이었다. 그런데 책은 다정하게 말해준다. 주는 정이 있어야 받는 정이 있고 받는 것도 사랑의 일부라고. 그 문장을 읽고 나서야 나는 어릴 적 가족들과 마당에서 함께 김장을 담그던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정은 돌고 도는 거야. 오늘은 네가 얻어먹고 내일은 네가 내주면 돼 하셨던 말이 이제야 마음 깊숙이 와 닿았다.
이 책은 속담을 통해 사랑과 삶의 무늬를 읽어내는 일종의 인생 해석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 일상과 겹쳐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말도 사촌까지 상피한다”라는 대목을 보며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친구에게는 얼마나 깊은 상처였을지를 떠올렸다. 부끄럽고도 씁쓸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더 조심하자는 다짐이 생겼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묘하게 충만해졌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속담처럼 일상에 스며든 지혜라는 사실. 그 소박함이야말로 진짜 감동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괜히 속담을 한 마디씩 툭툭 내뱉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 “도둑놈에게도 인사불성이 있다”라고 괜히 아는 척했다가 다들 빵 터졌다. 그래도 웃음 속에서 느껴진 건, 결국 속담이 이어주는 따뜻한 정이었다.
어쩌면 이 책은 내게 속담쟁이로 사는 즐거움까지 선물한 셈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 속에서 아주 오래된 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를 다정하게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사랑은 속담처럼 오래되고, 그래서 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