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 - 인류를 위기에 빠트린 중독의 쾌락
쑤친 지음, 김가경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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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잔, 점심 식사 후에 또 한 잔, 그리고 오후의 나른함을 이기기 위해 또 한 잔. 가끔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건지 아니면 커피가 나를 마시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러다 문득, 이 중독이라는 단어가 내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준 책이 바로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이었다.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땐 중독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끌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저자는 커피, 아편, 술, 설탕 등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소비하는 것들이 어떻게 인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는 중독이라는 경제적 메커니즘이 숨어있었음을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코피 루왁에 대한 내용이었다.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탄생하고 그것이 어떻게 소비를 부추기는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마치 미식가들이 흔한 원두가 아닌 희소성 있는 커피콩에 열광하게 된 배경을 파헤치는 탐정처럼 느껴졌다. 나는 평소에 코피 루왁을 단순히 비싼 커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욕망의 복잡한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맛의 중독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중독이 어떻게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되는지 보여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차와 전쟁이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해상 전쟁이 단순히 영토 확장이 아닌 차라는 상품의 경제적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어릴 적 세계사 시간에 외웠던 영국-네덜란드 전쟁이 사실은 내가 매일 마시는 차 한 잔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역사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커피를 단순히 음료로 보지 않게 되었다. 커피 한 잔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응축되어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소비 행위들이 사실은 거대한 경제 시스템의 일부이며 그 중심에 중독이라는 엔진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일상이 그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와 경제를 움직여 온 거대한 흐름의 일부였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는 중독이라는 열차를 타고 달려온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열차의 승객으로서 어떤 중독의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마치 낚시를 하러 간 내가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물고기들이 인간을 길들이고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은 그런 엉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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