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 -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타하라 히로토 지음, 이효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수술실의 세계를 담은 책,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은 진짜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의학 지식 대신 저자 본인의 경험과 솔직한 감정을 담아낸 이야기가 나를 수술실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 듯했다.


어릴 적 나는 감기만 걸려도 끙끙 앓는 몸이라 병원을 자주 다녔다. 그때마다 하얗고 반짝이는 병원 복도와 왠지 모르게 딱딱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참 멀게 느껴졌다. 특히 수술실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 선입견을 한 방에 깨줬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저자는 의과대학 시절, 우월함을 내세우는 교수의 회진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질문 공세를 받았다고 한다. 영어가 서툰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다니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처럼 혼날 거야라는 교수님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해 전념했다고 한다. 지금은 교수님 회진의 맨 앞에 서서 당당하게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내게 감동을 주었다. 마치 비 오는 날, 축축한 교정에서 쭈뼛거리다, 어느새 맑게 갠 하늘 아래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기분 같은.


또 다른 페이지에서는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부반응 때문에 실패했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장기 이식 대기 환자들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의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떤 도전과 실패가 있는지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의학 정보가 아니라 환자를 향한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글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맹장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때는 필요 없는 장기로 여겨졌던 맹장이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치 낡은 옷장 속에서 잊고 지내던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한 인간으로서의 외과 의사가 겪는 고뇌와 성장, 그리고 환자를 향한 진심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였다. 책을 덮고 나니, 내 인생의 수많은 맹장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사실은 꼭 필요한 존재였을지도 모르는 그런 것들 말이다. 이 책은 내게 그렇게 잊고 지냈던 소중함을 되찾아주는 낡은 일기장 같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