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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
밤의 창가에서 책을 펼쳤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대전환(Eversion)'. 이야기는 바다 위에서 시작되었으나 곧 공중을 떠돌다 다시 우주로 흘러가고 인물들은 다른 얼굴을 한 채 반복된다. 마치 하나의 멜로디가 음계를 달리하며 변주되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나는 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흔들렸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묻는 순간마다, 이야기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마치 꿈속에서 달리다가 문득 “이건 꿈이야”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처럼 불안하면서도 아름다운 각성의 연속.
읽는 동안 오래된 기억이 불쑥 다가왔다. 한때 깊이 빠져들었던 오래된 SF 게임들,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야 전모가 드러나던 세계들. 그때처럼 '대전환' 역시 끝까지 가야만 전체가 드러나는 미로 같았다. 다만 이 책은 픽셀과 그래픽이 아니라 문장으로 의식 깊숙이 균열을 새겨 넣는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했다. 혹시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 역시 여러 겹의 버전 중 하나에 불과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불확실성은 두렵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 '대전환'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우주의 신비는 멀리 있는 별빛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사물 속에도 숨어 있다고.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이미지는 낡은 바람개비였다. 창가에 놓여 바람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 그것. 겉으로는 단순한 장난감 같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끝없이 반복되는 회전 속에 다른 차원의 질서를 담고 있는 듯 보이거든.
'대전환'은 바로 그 바람개비처럼 나의 의식을 반복해 흔들며 또 다른 세계를 열어젖힌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