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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평점 :
여행을 다니다 보면, 멋진 풍경은 사진 속에서 금세 빛이 바래지만, 그곳에서 만난 눈빛은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여행가의 동물수첩은 그런 순간들로 가득한 책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숲, 아마존의 강, 벨리즈의 작은 섬, 페루의 산… 작가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마주친 동물들의 찰나를 사진보다 섬세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어느새 그 풍경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된다.
카피바라가 물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미동도 하지 않던 모습,
새가 가만히 누군가의 어깨에 앉아 바람을 맞던 모습,
물빛 아래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 떼의 그림자까지.
그 순간들이 주는 감정은 단순한 귀여움이나 신기함을 넘어서, 나를 둘러싼 세상과 조금 더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은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열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꼭 여기저기 나눠서 들고 다니세요.”
여행이 주는 선물은 어쩌면 이것 아닐까.
마음을 여는 법, 그리고 그 열린 마음을 다시 나누는 법.
일상에 지치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은 날,
이 책은 먼 나라의 동물들이 건네는 조용한 손인사처럼 다가온다.
나처럼 풍경보다 눈빛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에게,
여행가의 동물수첩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수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