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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담아낸 것들 - 과거가 얘기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네 문화 이야기
홍남일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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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위에 그려진 숭례문과 남산타워의 조화가 어쩐지 낯설면서도 그리웠다. 그 순간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어릴 적 우리집은 경복궁 근처에 있어서 숭례문 근처를 자주 지나쳤다. 그때는 그저 오래된 문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저 그런 공간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담아낸 것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네 삶의 흔적과 기억들을 작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과 세련된 감성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술집의 역사, 우리 말의 어원, 그리고 조선 시대 궁궐의 풍경까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히 설명한다. 특히 11장 주점 풍경을 읽으면서 예전에 아버지가 다니셨던 골목의 포장마차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가 묘사한 20세기 중반의 주점 풍경은 내 기억 속 아련한 향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남의 집 자식까지 챙길 겨를 있겠냐?라는 속담이 신라 시대의 방이 설화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우리말에 담긴 깊은 지혜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14장 구중궁궐에 열여덟 품계에서는 숙종 시대 궁중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사극 속 익숙한 인물들 뒤에 가려진 궁녀와 내관들의 삶까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역사 드라마를 즐겨 보던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과거가 그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작가가 우리 삶의 소소한 장면들을 특별히 꾸미지 않고도 울림을 준다는 점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메시지는 읽는 내내 마음 깊숙이 다가왔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거리, 흔히 쓰는 말, 습관적으로 먹는 음식에도 시간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시간이 담아낸 것들은 잊힌 기억들을 되살리고 싶은 사람, 지금 이 순간을 더 특별하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장을 덮었을 때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여행한 기분이었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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