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평점 :
책 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오래된 편지 같은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겼다.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 책은 분명 감성 가득한 이야기일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피어나는, 그런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이 책은 편지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글씨체로 쓰인 편지 속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기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독서와 우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삶의 고통 속에서 피어난 작은 북클럽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희망이 되었을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 역시 힘들 때마다 책에서 위로를 얻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 내용이 사진으로 첨부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큰 공감을 느꼈다. 마치 냐가 이 책 속의 한 인물이 되어 그들과 함께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다. 특히 줄리엣이 시드니에게 보낸 편지나, 줄리엣이 마크에게, 마크가 줄리엣에게 등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들의 감정에 흠뻑 빠져들었다. 서로를 향한 걱정과 사랑, 그리고 우정이 담긴 편지들을 읽으며 나 또한 잊고 지냈던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가끔 나도 지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스마트폰이 없던 학창 시절, 손수 글씨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답장을 기다리던 설렘이 떠오른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어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삶과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와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소중한 의미들을 되짚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큰 위로를 얻게 될 거다. 나처럼 감성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