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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브로크 가는 길
이태형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최근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꽉 찬 기분이었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데, 문득 책장에 꽂혀있던 이태형 시인의 '펨브로크 가는 길'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지금 내 마음을 대변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는 그대 마음속 풍경이란다"
시집의 첫 문장이 마치 주문처럼 다가왔다. 이태형 시인의 시는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낯선 길을 홀로 걸어가는 듯한 방랑자의 고독, 도시의 희뿌연 먼지 속에 숨겨진 슬픈 사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견하게 되는 작은 희망의 조각들... 시인의 언어는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풍경마저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시는 '어느 날'이었다.
"바람이 분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으로
바람이 불어가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으나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이 시를 읽는 순간, 복잡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시 속 화자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불안함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펨브로크 가는 길'은 그저 그런 시집이 아니다. 삶의 여정 속에서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잊고 지냈던 감수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시인의 시를 따라 마음속 깊은 곳을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예상치 못한 위로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