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도박 - 프랑스 현대문학선 프랑스 현대문학선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장은수 옮김 / 세계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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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츨러 문학을 한 경향으로 간추려, 주인공들은 이성적인 사념이나 진지한 감정보다는 일시적이고 유희적인 충동에 운명을 내맡긴다고 한다. 일시적이고 유희적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 -마지막 도박- 역시 이런 인물들이 비일비재하다. 소위 빌리 카스다를 중심으로 하룻밤에 펼쳐지는 도박판의 아이러니를 블랙 코미디풍으로 그려 놓았다.

도박으로 중위직을 박탈당한 보그너는 어느날 아침 카스다를 찾아온다. 애절하게 천굴덴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지만 그의 수중엔 백굴덴 남짓 있을 뿐이다. 주말마다 벌어지는 도박장에 혹시나 해서 돈을 건 카스다는 사십배에 달하는 돈을 따지만 계속 이어지는 판에서 수중의 돈을 잃은 것은 물론이요, 처음 가진 돈의 백십배의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누구건 간에 돈을 빌려 줄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싶은 이에겐 명예나 불필요한 감정을 버리고 수치스럽게 접근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만다. 후에 삼촌이 돈을 마련해 오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슈니츨러의 -꿈의 노벌레-를 보면 하룻밤의 은밀한 이끌림이 현실과 환상 사이에 오묘히 결함되어 주인공을 방황의 밤으로 이끈다. -마지막 도박-역시 예외는 아니다. 슈니츨러가 생존했던 빈의 시대상 아르누보적 분위기 또한 정신 세계를 공부한 전력답게 그의 작품속엔 무의식적 유희와 기묘한 에로티시즘, 장중함이 배여있다. 그러니까 슈니츨러의 문학을 그림으로 말하자면 클림트와 흡사하다. 한마디로 그의 세계는 중엄한 유희의 사색적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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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 / 과학과사상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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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는 차가운 대리석같은 육체에 카자바이카만 걸치고 말한다. [ 여성이 잔인하고 신의가 없을 수록, 남성을 학대하고 제멋대로 희롱 할 수록 그리고 가혹 할 수록 그녀는 남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사랑과 존경을 얻게 된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그러니까 흔히들 알고 있는 마조히즘의 주인공, 마조흐의 소설이다. 마조히즘하면 떠오르는 대로 이 책의 주인공 세브린도 끊임없이 지배당하며, 억압받고, 고통스럽게 고문당하길 원한다. 그러나 세브린이 지배받길 원하는 이 기묘한 에로티시즘은 섹스에 의한 에로스가 아니라 행위와 냉혈한 감정에 의한 에로티시즘이다. 실제로 노예 계약을 맺고 기이한 행각을 벌렸다는 마조흐는 사드와는 사뭇 다르다. 사드가 여성을 힐난하고 광포한 글쓰기를 보인데 비해 마조흐는 단지 지배받길 원하는 감정과 여성이 그 지배의 군주가 되길 바랬다.

이 책 속에서 보여지는 마조흐의 이미지는 상당히 여리며 비정상적 성향에 지배받고 있다. 이에 반해 문장들은 그의 지적수준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난이도 높은 문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설과 신화 또는 문학과 그림을 인용한 대화들은 상당한 지식을 요구한다. 들뢰즈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조흐에 대한 무관심하고 편협된 인식(피해자)이 상당수 퍼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닌 수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마조흐란 인물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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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
토니 모리슨 지음 / 을유문화사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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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촌엔 흑인들이 살고 있다. 모리슨의 술라는 이 바닥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크게 1, 2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소설은 1부는 바닥촌 사람들을 중심으로 2부는 술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모리슨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동정과 향수가 담겨져 있다.

자살일을 정해 두고 매년마다 행진을 하는 기묘한 샤드랙, 코딱지를 후비는 아직은 어리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치큰 리틀, 항상 우아하고 담담해 보이지만 바닥촌을 떠나자마자 여느 흑인속에 파묻히는 것을 두려워 하는 헬렌 와이트, 피붙이같이 모여다니는 듀이들, 비밀을 간직한 에바 피스, 그리고 기타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여자 술라 피스와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인 넬.

술라를 읽다 보면 모리슨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앞세워 놓은 술라가 과연 그녀의 말처럼 강한 여인인지 의문이 간다. 술라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곳에도 종속되길 원치 않고 분명히 행동했던 술라가 어느 순간 자신도 여자이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한 남자에게 속하길 원할때.. 그리고 그가 술라를 떠나자 병들어 죽는다는 결론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건 어쩌면 보여지는 일차적인 외피일지도 모르겠다. 진정하게 생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면서도 바닥촌과 더불어 살아가는 술라의 짝인 넬은 참으로 강한 여인이었다. 술라가 죽음으로써 넬이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영혼의 짝처럼 함께 숨쉬고 느끼기 때문이다. 피부색을 초월해서 사람이라는 주제를 뚜렷히 내세우는 모리슨은, -술라-에서도 어기없이 내 이웃과 같은 사람들의 체취가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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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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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는 굉장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의 직업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그런 그가 요리 소설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참 세상의 진귀하고 유명한 것은 다 먹어봤다는 생각이 든다. 총 32개의 엽편 속에 각각의 요리들이 들어있다. 자라 요리, 생선 이리, 무스 쇼콜라, 굴, 푸아그라등등 그리고 이 요리마다 얽힌 그의 추억담이 사뭇 흥미로운데, 대개가 여자와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읽다 보면 그는 대단한 카사노바란 생각을 떨쳐보릴 수 없다. 물론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강은 짐작하겠지만.

마리화나의 절어 섹스를 즐기는 영혼들이 되기엔 이 요리 소설책은 너무 고급스럽고, 그래서 주눅부터 든다. 무라카미 류는 정말이지 향락가다. 그래서 피츠제랄드를 연상케 한다. 이 요리 소설집 가운데 내가 먹어본 유일한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그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닭요리의 일종이다. 닭 한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찹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을 상당히 정확히 표현 한 걸 보면 다른 요리들도 꽤 신용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나, 너무 화려하고 향락적인 것들은 으레 거부스럽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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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다센카
카렐 차페크 지음 / 나제통문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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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센카, 다센카는 와이어 헤어드 폭스종의 강아지다. 한가지, 이 강아지는 암컷이다. 카렐 차펙에 관해 많은 사람들의 언급,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 문학을 얘기 할 때 항상 보아오던 그 이름, 그런 그를 처음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내 친구 다센카이다. 이 책은 그림 동화처럼 단아한 강아지 그림이 있고, 애정이 묻어있는 짧은 글귀들이 있다. 어렵게 보이는 지은이의 이름과는 판이하게 다른 책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랐다. 동물 보호가란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차펙이 키우는 개 일리스가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가 바로 다센카인데, 차펙은 세심한 눈길로 강아지의 하루하루를 적어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와이드 헤어드 폭스종을 제하고는 다른 종의 개들을 왜곡하는 전설들을 다센카에게 말해주는 부분이 나오는 데, 차펙의 개구쟁이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센카를 맘난 후엔 틀림없이 자신들의 귀여운 강아지가 그리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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