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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류는 굉장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의 직업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그런 그가 요리 소설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참 세상의 진귀하고 유명한 것은 다 먹어봤다는 생각이 든다. 총 32개의 엽편 속에 각각의 요리들이 들어있다. 자라 요리, 생선 이리, 무스 쇼콜라, 굴, 푸아그라등등 그리고 이 요리마다 얽힌 그의 추억담이 사뭇 흥미로운데, 대개가 여자와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읽다 보면 그는 대단한 카사노바란 생각을 떨쳐보릴 수 없다. 물론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강은 짐작하겠지만.
마리화나의 절어 섹스를 즐기는 영혼들이 되기엔 이 요리 소설책은 너무 고급스럽고, 그래서 주눅부터 든다. 무라카미 류는 정말이지 향락가다. 그래서 피츠제랄드를 연상케 한다. 이 요리 소설집 가운데 내가 먹어본 유일한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그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닭요리의 일종이다. 닭 한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찹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을 상당히 정확히 표현 한 걸 보면 다른 요리들도 꽤 신용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나, 너무 화려하고 향락적인 것들은 으레 거부스럽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