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를 입은 비너스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 / 과학과사상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비너스는 차가운 대리석같은 육체에 카자바이카만 걸치고 말한다. [ 여성이 잔인하고 신의가 없을 수록, 남성을 학대하고 제멋대로 희롱 할 수록 그리고 가혹 할 수록 그녀는 남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사랑과 존경을 얻게 된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그러니까 흔히들 알고 있는 마조히즘의 주인공, 마조흐의 소설이다. 마조히즘하면 떠오르는 대로 이 책의 주인공 세브린도 끊임없이 지배당하며, 억압받고, 고통스럽게 고문당하길 원한다. 그러나 세브린이 지배받길 원하는 이 기묘한 에로티시즘은 섹스에 의한 에로스가 아니라 행위와 냉혈한 감정에 의한 에로티시즘이다. 실제로 노예 계약을 맺고 기이한 행각을 벌렸다는 마조흐는 사드와는 사뭇 다르다. 사드가 여성을 힐난하고 광포한 글쓰기를 보인데 비해 마조흐는 단지 지배받길 원하는 감정과 여성이 그 지배의 군주가 되길 바랬다.

이 책 속에서 보여지는 마조흐의 이미지는 상당히 여리며 비정상적 성향에 지배받고 있다. 이에 반해 문장들은 그의 지적수준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난이도 높은 문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설과 신화 또는 문학과 그림을 인용한 대화들은 상당한 지식을 요구한다. 들뢰즈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조흐에 대한 무관심하고 편협된 인식(피해자)이 상당수 퍼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닌 수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마조흐란 인물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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