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기록이네요. 18주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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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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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의 작가, 제목이 주는 카리스마,  

살인을 저지른 정신병자들만을 수용한 섬이라는 매력적인 소재....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연방 보안관 테디와 척이 셔터 섬에 들어오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들이 셔터 섬에서 실종된 환자 레이첼 솔란도를 찾기 위해 수사하는 나흘을 그리고 있다.  

수사과정에 비협조적인 병원측은 무언가를 계속 감추려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수용된 만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사실 스릴러만을 기대한다면, 또는 반전을 기대한다면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워낙에 영리하고 자극적인 반전을 많이 접했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놀라웠다.  

놀라웠다고 말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진 스릴러적 재미가 아니다. 

바로 그 어떤 소설보다 인간의 죄의식과 폭력을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폭력을 진절머리나게 경험한 한 남자...

지켜야 하는 것을 지켜내지 못한 그의 죄의식과 

미쳐버릴 것 같은 그의 슬픔을 발견한다면 이 소설은 충분히 훌륭하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움 때문에 이토록 서럽게 울어본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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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필리프 베히터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책그릇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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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베히터의 <난 말이야...>는 오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대부부의 사람들은 곰을 좋아한다. 특히 어린 아이라면 누가 커다랗고 '착한' 곰돌이를 마다하겠는가?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덩치 큰 곰 한 마리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여정은 흡사 -블루 데이 북-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느 새 웃음을 머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게다가 이 책의 진정한 독자인 꼬마는 커다란 곰돌이를 가리키며 연신 신기해한다.

그 모습에 절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우며 편안한 느낌....

무엇보다 책을 읽고서 편안한 느낌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가.

무척 쉽게 읽히지만 교훈 또한 만만치 않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람들 속의 '나'

이 책 <난 말이야...>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작은 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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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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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의 축척으로 이루어진다. 무심히 지나치는 당시의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인생 안에서 하나의 의미를 가진다. 쌀쌀한 겨울 바닷가에 아르네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그들의 삶 속에서 아르네의 존재가 어떠한 비중으로 자리 잡으리라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무지한 아이들은 외부에서 온 아르네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르네를 받아들인 사람들 또한 삶 속에서 갑자기 이탈해 버린 아르네의 공간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아르네를 추억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아르네가 남긴 것은 육체가 부재한 공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잿빛 자동차를 타고 폐선 처리장에 나타난 하얀 소년은 등장만큼이나 시린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한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과거. 아르네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과거이자 배경 때문에 호기심과 동정을 동시에 받게 된다. 여기서 지크프리트 렌츠는 동정의 시선을 따스함으로 유지시킨다. 한스가 분한 화자를 통해 우린 아르네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아르네이지만 그의 작은 동작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도 한스의 기억에 의해 재현된다.

한스는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르네를 기억하게 되는데 그 기억은 비단 아르네라는 인물의 한정된 기억이 아니다. 어른의 문턱에 이른 한스 자신의 성장기인 동시에 마을과 가족들의 추억이 된다. 한스의 유품 정리로서 오는 추억과 더불어 배경에서도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가 나타난다. 지크프리트 렌츠는 폐선 처리장이란 공간을 통해서 인생에서의 과거 즉, 돌아봄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폐선 처리장에서 종말하는 배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첩을 보는 아버지의 시선만 해도 그렇다.

(p.197)아버지는 늘 무언가를 더듬고 음미하는 듯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지 않나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추억을 더듬는 순간 사무쳤던 기억들 때문에 가슴이 아려 오지만 지금의 순간들이 있기까지의 작은 역사는 고철이 된 폐선이며, 어린 소년의 따스한 미소였다. 렌츠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것의 소중함이 아니었을까? 한스로 통해 보여지는 아르네는 작은 것과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삶의 존재를 찾으려는 인물이었다.

(p.124)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너에게서 배웠지.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무언가 말을 거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어.

이처럼 과거의 노스탤지어를 상기하는 동시에 세상을 다시 시작해 보려는 긍정적인 의미가 이 책에는 담겨져 있다. 초반 어른은 죄악이라는 그물을 던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덫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가까스로 나온 아이는 어른을 탓하며 증오하는 대신,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통하려고 한다. 그 소통이 소극적인 탓에 또래의 관계 맺음에 실패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린다. 언젠가 그 문이 열리겠지 하며 소망한다. 그리고 아이가 지나간 자리엔 시나브로 문이 열려 있다. 남은 사람들은 아이를 추억한다. 비단 아이의 추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토록 염원했던 희망을 감지하면서 그 문 너머를 볼 것이다. 처음부터 아르네는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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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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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은 심플한 단편집이다. 다섯편의 단편들의 주제는 상당부분 생략되어 있고 문체는 가볍다. 속독의 장점이 있지만 이미지화 되어 있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중심을 잡아 내기란 조금 힘든 감도 있다. 그리고 카버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꽤 눈에 띄었다. 늦은 시간 젊은 부부는 배가 고프다. 남자는 옛 이야기를 하고 저주를 풀기 위해 빵가게를 털기로 한다.(자세한 이야긴 책을 읽으시길) 안타깝게도 그 시간에 문을 연 빵 가게가 없어 계획에 차질을 빚지만 상관없다.<빵가게 재습격> 갑자기 코끼리가 실종된다. 주인공은 소멸된 것이라고 확신한다.<코끼리의 소멸> 뒤에 나오는 태엽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 역시 흥미로운데 이 단편들의 특징, 보이는 것 너머의 존재. 그러니까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무언가의 자리와 또는 존재하는 것이 부재한 순간의 오는 혼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흥미를 갖도록 했다. 특히 코끼리의 소멸이 흥미로웠다. 또 다른 단편 <패밀리 어페어>는 재밌다. 오빠와 여동생의 갈등을 표현한 소설이다. 또 하나있는 긴 제목의 단편은, 솔직히 너무 별루였다.

하루키의 열성팬은 그가 대단하다고 추켜세운다. 그는 대중적인 동시에 컬트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가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물론 모두 입에 맞는 글이란 있을 수 없겠으나 나는 아직 하루키의 진정한 맛이 어떠한지 모르겠다. 쓰지도 달지도 않다.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름이 있다. 하루키 작품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이름. 바로 와타나베 노보루. 비교적 초기라고 알려진 이 단편집에서도 사용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이름은 카메오처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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