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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호리바 마사오 지음, 은미경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튀면 해롭다는 뜻이겠죠.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중간이 가장 편하다는 걸 알 겁니다. 군대 뿐인가요? 정치권에서도 중간으로 가려고 안달입니다. 중도 좌익이니, 중도 우익이니하며, 선명한 색깔을 스스로 문질러 탈색시키고, 모난 부분은 동그랗게 다듬어서 어중간하게 비춰지길 바랍니다.
저자의 기준에서는 모두 별 볼일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철저히 모난 돌이 되라고 합니다. 모난 돌이기를 두려워하고 무리를 짓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물고리는 잡어일수록 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송사리가 그렇고, 정어리가 그렇고, 전갱이가 그렇고, 숭어가 그렇다. 그러나, 도미, 넙치, 잿방어 등은 절대 무리를 짓지 않고 유유히 바다를 헤엄쳐간다.”
직장에서 친구를 사귀려는 생각도 버리라고 합니다. “친구가 필요하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이라도 들어갈 일이다. 회사는 친목회가 아니다. 이윤추구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전 세계의 기업과 그 곳의 사원들이 칼을 가는 아수라장이다. 동시에 회사는 사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의 조화에 대해서도 비관적입니다. 가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회사에서 책임있는 일을 맡기기 어렵다고 단정합니다. 저자는 일과 가정의 중요도를 10:1 정도로 봅니다.
저자는 주위를 생각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동양적인 사고를 철저히 배제하는 한편, 개인적이고, 결과를 중시하는 서구적인 사고를 추종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즈니스는 결과가 전부다. 과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며 노력한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다. 반대로 빈둥빈둥 놀아도 성공하면 승자다. 과정에 노력을 쏟아부어 칭찬받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이고, 그런 과정을 호소하는 것은 단순한 응석에 지나지 않는다.”
‘감성’을 배제하고 ‘이성’을 중시하는 저자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합니다만, 과정을 완전 무시한 ‘결과 주의’는 퍽 위험해 보입니다. 평생을 쌓아온 공든 탑이 어느 머리 좋고, 게으르고, 도덕심 없는 직원으로 인해 ‘한방’에 무너진 경우가 한 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일의 결과=사고방식ⅹ열의ⅹ능력”이라고 했던 이나모리 가즈오가 많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