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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Cesar Millan)을 다룬 글에서 따왔습니다. 밀란은 아무리 흥분한 개도 손만 갖다 대면 쉽게 안정을 찾게 했습니다. 밀란은 개에게서 무엇을 보았고, 개는 밀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인류학자 브라이언 해어(Brian Har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학습합니다. 브라이언 해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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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는 동족의 신호는 잘 활용하는 반면, 인간의 신호를 활용하는데는 서툽니다. 개는 사람에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기울입니다. 개는 우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어디를 보는 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동공이 확대된 둥근 눈은 공격적인 상태를 의미하지요. 개는 우리의 얼굴이 이완되었는지, 팔은 어디를 향하는지 주의깊게 살핍니다. 개에게는 턱이나 입의 상태, 팔의 움직임이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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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 밀란은 이러한 개의 특성을 깊이 알았기 때문에 그토록 쉽게 개를 길들일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에피소드로 가득차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1996년부터 뉴요커에 실었던 글 중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간의 충동과 관련해 가장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기를 가려 뽑아 재구성한 앤솔로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평자는 이러한 ‘앤솔로지’들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책에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지가 않았기 때문인데,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봤다기 보다는 특정 인간 개개인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분석했다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특기가 여러가지 사례를 자신의 시각에서 재구성하여 새로운 면을 조명하는 데 있습니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는 저자의 당초 의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의 관심을 끌만한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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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윔블던 여자테니스 결승 마지막 3세트에서 야나 노보트나는 4대1로 앞서 있었고, 마지막 게임을 40대 30으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게임을 이기고 한 번만 더 이기면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었죠. 상대는 철녀 '나브라틸로바'의 시대를 종식시킨 테니스의 여왕 "스테피 그라프"였습니다. 그런데, 야나 노보트나는 그토록 유리한 상황에서 실수를 연발하여 경기의 주도권은 그라프에게로 넘어갔고, 결국 노보트나는 우승의 문턱에서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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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행동을 학습할 때 의식적으로 그 순서를 익힙니다. 이를 '명시적 학습'이라고 합니다. 명시적 학습이 반복되어 몸에 익으면 반응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나중에는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묵시적 학습' 단계에 이릅니다. 반복된 학습으로 인해 묵시적 학습 단계에 도달했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명시적 학습 단계가 퇴화된 모습을 보이면 '위축이 되었다’고 봅니다. 위의 예를 든 야노 노보트나 역시 위축이 되었던 겁니다.
저자는 스포츠에서 위축되는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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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은 스포츠 경기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요소다. 챔피언이 되려면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나머지 부분에도 그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부진한 결과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압박감 때문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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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겨 여왕 "퀸 연아'가 대단하다는 것을 이러한 에피소드에서 새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의도는 멀게 너무나도 엉뚱하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