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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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도서제공

🏷소설은 크게 세 줄기로 나뉘어 있고 SF소설 답게 신박한 소재들을 볼 수 있다. 죽음에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인물, 말 그대로 <책이 된 남자>, 그리고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서울을 침공하는 <두 서울 전쟁>. 특히 마지막은 시간여행이라는 흔한 소재를 통근 열차 타듯이 시간여행을 한다는 개념으로 바꾸어 무척 새롭다. 다만, 세 이야기의 연결성이 다소 부족하여🤔 선지자가 나머지 두 이야기를 소개하는 구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첫 번째 이야기인 <거란족의 마지막 예언자>와 세 번째 이야기 <두 서울 전쟁>은 과거와 역사,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데서 통하는 면이 있다. 선지자는 인간의 자유의지란 착각이며, 시간은 절대 흐르지 않고 과거와 미래는 고정불변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조부진이나 김신주 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선지자는 히스파니아의 앞날을 점치기 위해 찾아온 로마장군에게, 무슨 짓을 해도 미래가 바뀔 수 없음을 설파하기 위해 위 세가지 이야기를 차용한다. 그치만 두 번째 <책이 된 남자>는 도통 그 의도를 모르겠다. 따로 놓고 보아도 다 재밌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엮을 필요가 있었을까 란 생각이 든다.

연결성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책이 된 남자> 편은 딥러닝을 아주 신기하게 풀어낸 이야기로 무척이나 흥미롭다. "현대의 AI와 딥러닝을 대수학과 연산, 책으로 풀어본다면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하며 작가님이 신나서 쓴 소설 같다. 내용은 은은한 광기를 가진 연금술사와 불쌍하게 책이 된 남자 콤니무스의 이야기이다. 연금술사 알 라시르에 따르면 인간의 생은 지혜의 방정식을 연쇄적으로 푸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문과인 저는..잘 모르겠어요...정말 문송합니다😇 어쨌거나 이 방정식을 컴퓨터도 없이 손으로 풀어낸 레오의 노가다란...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두 서울 전쟁>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여행을 통근열차처럼 모두가 이용하는 세계를 그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역사와 미래가 불변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조부진이라는 한 독재자는 싱크탱크를 통해, 어떠한 조브진도 하지 않을 행동을 함으로써 역사를 바꾼다. 하지만 스물셋의 대학생 완서준이 느끼기에, 조부진이 미래의 서울을 침공하는 것은 정해진 역사이다. 조부진은 서울을 침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지키고 역사를 바꿨다고 하지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즉, 조부진이 역사를 바꾸고, 이를 막기 위해 김신주가 또 역사를 바꾸었다 하더라도, 그건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김신주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인류와 시간선을 지키는 데 성공하지만, 그게 옳은 일이었을지는 의문이 든다.

맨 앞에 있는 시대적 연보를 보면서 책을 읽어야, 거꾸로 가는 선지자의 시간을 따라가기 쉽다. 초반부에 소개되는 거란이나 몽골의 역사도 흥미롭고, 수학과 물리학, 시간을 마구 엮어낸 이야기들도 짜임새가 훌륭하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이 오랜 과거인지라 SF 소설에선 잘 볼 수 없는 시기여서 새로웠다. 작가님이 물리학 전공이시라 하니 이런 문체러 삼체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소설을 쓰시면 재밌을 것 같은데...내가 이해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보통의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믿고 내리는 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래는 하나의 강물로 흘러가더군. 인간은 선택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지.(p.16)

🔖"과거로부터 미래로, 질서로부터 혼돈으로, 시그눔으로부터 엔트로피아로."(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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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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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귀여운 표지에 그렇지 못한 스토리... 그림형제와 잔혹동화 그 어드메 쯤 있는 이야기로, 정말 매혹적인 소설이다.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 이란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은 없을 것 같다. 정세랑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나 김보영 작가님의 SF 소설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이 연작소설집도 꼭 봐야한다.

연작소설의 배경은 재벌과 기업가들이 '영주'가 되어 우주를 지배하고, 신으로 군림하는 세상이다. 인류는 기계와 결합하기도 하고 인어가 되기도 하는 등 더 이상 예전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일 적 가지고 있던 욕망, 우러러봄에 대한 갈망, 경쟁심, 그리고 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인간적인 부분들은 영주들이 벌이는 끔찍한 기행들에도 드러나고, 한낱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신민들의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황금 천국의 증언>에선 인간을 숙주로 황금영약을 키워내는 영주가 나오고,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에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아이를 반려로 맞이하기 위해 인공 배아를 양육하고 끊임없이 폐기와 생산을 반복하는 영주가 나온다. <왕관에 불붙이는 자>의 여덟 쌍둥이 영주는 '빛'을 흠모하여 신인류를 광결시키고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한다.

이런 비인간성과 기괴함이 소설을 지배하고 잠식하는 와중에도, '사랑'은 조심스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피가 시가 되지 않도록> 편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허상을 쫓았으나 결국엔 '쟝'의 사랑을 느끼고 눈물짓는 '얀', '인사'를 위해 몸을 바쳤던 '나', '아시라'를 위해 에테르의 편안함을 버리고 '도구'가 되기로 결심한 '라비'. 이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은 얀의 말처럼 정말 징그러워서 미칠 것 같은 사랑이고, 한 줌 값어치도 안되는 사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그럼에도 목숨을 바치게 하고, 내 전부를 바치게 하는 애증이란 점이 인상 깊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황금천국의 증언>과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이다. 황금천국은 정말 그로테스크함의 정점을 찍은 단편인데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모든 걸 다 먹을 수 있으면서 결국엔 식인을 결심한 시즈 영주가 너무 징그럽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에선 수조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나'의 모습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연상되어 아름다웠다.

이 소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들을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여 마치 장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소설 말미에는 영주 체제에 반대하는 <부타의 선언> 집단이 승리하고, 불협화음 끝에 해체되는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하지만 아시라를 위해 기꺼이 도구가 되겠다는 라비의 말은 이 이후에 벌어질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님이 이 세계관으로 몇 가지 얘기를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 얀과 쉬런의 뒷 얘기라던가, 영원히 광결된 판타콘의 모습, 그리고 에테르와 물리세계의 만남 등 말이다. 쥬벵씨와 카할, 아시라에 얽힌 얘기도 궁금하다. 정말 매혹적인 이야기들과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소설이라 추천!

🔖사랑은, 삶을 견디기 위한 도구. 자신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영혼에 광을 내기 위한 기만의 시약. 얀이 습득한 사랑에 낭만이 낄 자리는 없었다.(p.36)
🔖사랑이라는 게 정말 징그러워서 미칠 것만 같다. 어딘가에서는 억 단위의 돈을 벌 수 있는 사랑이 있는 데, 어딘가에서는 한 푼어치 값어치도 되지 못해 우주의 먼지와 함께 뒤섞이게 될 사랑이 존재한다는 게 참을 수 없이 역겨워진다. 하지만 결국 얀도 그 징그럽고 값어치 없는 짓을 매 순간 하고 있었다
(p.78)

🔖가짜는 잃지 않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p.79)

🔖희생은 고귀한 상황에서나 아름다운 것이지 구더기 같은 곳에선 개죽음일 뿐이니까.(p.170)

🔖바람이나 온실 속 나무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갈대가 되는 수밖에 없다.(p.171)

🔖무조건적인 순종에서는 권위의 양분을 찾을 수 없다. 영주들은 패배감과 갈망을 갈망했다. 그 감정은 그들과 세대의 일부를 공유하는 '인간'에게서만 뽑아낼 수 있다. (p.173)

🔖인사, 이만치 살아오고 나서야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 더는 죽듯이 살지 않을 거야. 살아가듯 죽을게.(p.208)

🔖"네 도구가되어줄게."
"무기로만 쓰지 말아줘."(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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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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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도서제공

🏷당신이 존재하는 유일한 우주를 찾아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이야기! 정말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SF 소설이다. 문목하 작가님의 <돌이킬 수 있는>이나, 김보영 작가님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도 꼭 읽어봐야 한다🥹 로맨스 + SF 조합은 항상 옳다...!

주인공 조너스 컬런은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그러나 놀라운 업적을 이룬 날, 평생의 사랑인 어맨다와 뱃속의 아이가 차 사고로 죽는다. 슬픔에 빠진 조너스는 어맨다가 살아 있는 평행우주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읽으면서 마블의 왓이프 닥터스트레인지 편이 생각났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크리스틴을 잃고 그녀가 살아 있는 우주를 찾아 헤맨다. 그런데 평행우주를 넘나들면 우주의 법칙이 위협받는다는 건 SF소설의 규칙인걸까..? 물론 이 소설에선 양자에너지가 부족해서 우주가 무너질 정도로 다중우주를 건너진 못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다르게 주인공 조너스 컬런은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통해 몸을 양자화시켜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라, 몸속 에너지를 다 쓰면 그 우주에 갇힐 수 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우주가 특정 결과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조너스가 만난 첫 번째 우주에선 어맨다가 죽었고, 두 번째 우주에선 조너스 또한 어맨다와 함께 사망한 상태였다. 우리 주인공에겐 슬픈 일이지만, 마치 어맨다가 죽는 건 "운명"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평행우주는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던 '나' 혹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 소설이 그리는 평행우주는 전자이다. 조너스는 많은 평행우주에서 노벨상을 탔고, 대부분 어맨다를 만나 사랑했으며, 또 죽은 어맨다를 찾아 평행우주를 여행하는 "조너스들"이 있다. 두 번의 우주에서 만난 에바 역시 다정하고 사려깊다.

조너스가 평행우주를 넘나들때 묘사되는 장면은 영화로 만들면 아름다울 것 같다. 작가님이 여러 SF 드라마와 영화에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험들이 글에 잘 녹아있는 듯 하다. 조너스가 어맨다를 찾아 온 우주를 여행할때 집요하게 조너스를 찾는 빅터의 존재는 가히 공포스럽다. 조너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본인이 이루어낸 성과를 알렸더라면 노벨물리학상도 탈 수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조너스는 또 다른 조너스의 도움으로 어맨다가 살아 있는 우주의 좌표를 알게 된다.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선 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있는 다른 우주를 찾아가야 한다. 그 우주는 놀랍게도 독일이 패전하지 않은 우주이다...! 이게 영상화된다면 서로 다른 모습의 뉴욕과 유럽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소설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SF보단 판타지에 더 가까워진다. 우주는 조너스가 어맨다를 만나러 가는 것을 어떻게든 방해하려고 하는데, 마치 살아움직이는 생물 같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을 작가는 우주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세계가 무한히 존재한다 해도 전부 같은 성질을 향해 움직이고, 이게 물체라면 물리학, 사람이라면 운명이라 불리운다고.
(혹시 이 우주에도 TVA가 있는걸까🤔?)

해피엔딩일거라고 믿었지만, 어맨다를 만나는 순간까지 엄청나게 마음을 졸였다. 우주의 법칙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니 정말 로맨틱하다! 이 소설은 조너스가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춤이나 노래를 부르지 않던 조너스가 노래를 부르고, 프리스비로 만난 첫만남을 기려 프로포즈를 하는 등 낭만적인 장면들이 가득하다. SF요소와 로맨스가 무척 잘 버무려진 소설이라 감성 충만한 여름밤에 츄라이 해보시길~

🔖"그 세계, 그 사람이 살아있는 평행우주로 가려는 거였어요.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 현실로."(p.43)

🔖운명과 숙명은 과학자들이 신앙과 종교와 마찬가지로 다루지 않는 현상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처럼 실재하고 중력처럼 변치 않는 것이다.(p.95)

🔖"실제로 그러니까요." 조너스가 인정한다. "하지만 운명이 실재한다면, 그 희망도 실재한다고 믿어야 해요."(p.240)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올려다보는 조너스에게는 온 세상에 두 사람만 존재한다.
온 다중우주에.(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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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4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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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닐 셔스터먼 #도서제공

🏷정말 완벽한 시리즈 마무리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밤새워 본 듯한 느낌이다. 임신 중절, 자본주의, 윤리가 부재한 과학 기술의 진보 등 무거운 문제들로 가득찬 소설이니 일견 지루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면서도, 미친듯한 스릴과 박진감으로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4편이나 되는 긴 시리즈인데도 늘어지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어서어서 이 소설을 보세요😭

이번 시리즈는 코너와 리사, 레브, 헤이든, 캠 등 우리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언와인드 라는 제도에 저항하는 얘기이다. 레브는 언제나 그랬듯 자기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도전하고자 한다. 캠은 영리하게 능동적 시민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고, 헤이든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여 라디오 방송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자 한다. 코너의 도박은 리사와 다른 인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거기에 군용 리와인드, 장기 프린터 기술 등 언와인드 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일련의 정보들이 공개된다. 혼자만의 노력이었다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사람들은 어느 순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거지? 라고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매 순간 코너가 내리는 선택들이 정말 인상 깊었다. 스타키를 대할 때에도, 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코너는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 다른 인물들도 많지만 나의 최애는 코너와 리사😭! 그리고 제일 아픈 손가락인 레브... 사실 세상을 구하지 않고 숨어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준다. 이게 바로 영어덜트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여기에 연대의식과 끈끈한 관계성까지 더해지니 덕후는 시도 때도 없이 벅차오르고 감동 받는다.🥹

소설의 제목 <언디바이디드, 온전한 존재>는 시리즈 내내 이어진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인간은 분해되거나 해체될 수 없는 존재이다. 사이파이가 타일러 공동체를 만든 방식이나, 윌의 기억을 가진 캠을 보면 인간은 해체되어도 여전히 거기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임신 중절이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내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긴 어렵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현실 문제들과 깊게 연관되어 있으며 결코 가볍지 않다.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문제나 돈을 받고 임신을 하는 대리모 등, 생명이라는 문제에 있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는 논쟁들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그럼에도 단 한가지 말할 수 있는건 이 소설이 생명과 윤리라는 철학적인 논의를 재미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는 것이다. 철학과 재미가 어울리는 단어인가 싶은데,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소설을 읽으면서 파격적인 전개에 충격을 받은 적이 많은데, 스포 때문에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저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수확자는 죽음을 정복한 미래 이야기라 SF 디스토피아 느낌이 강했는데,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현재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인류의 역사에서 한 순간에 최악의 선택으로 다다른 사건들이 많다보니, 소설 속 역사 또한 그럴법하게 느껴진다.

다음엔 또 어떤 충격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려낼지, 얼마나 우리 사회를 닮았을지, 닐 셔스터먼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다려진다.(그나저나 이 시리즈 외전도 있다고 하는데 출간이 되겠..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이 합쳐져 사회에 양심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일깨워 줄 무작의적 사건들이 뒤죽박죽으로 일어나야해.(p.35)

🔖각각의 순간이 사라지기 전까지 그 순간 안에 머문다. 그의 심장 박동이 기억이 될 때까지. 기억마저 기억이 될 때까지. 그를 이루는 모든 것의 핵심이 원자 처럼 쪼개져, 기다리고 있는 우주로 에너지를 방출할 때까지.(p.431)

🔖하지만 이런 혼란의 와중에는 꼭 잡은 손이 위안의 오아시스다. 두사람 모두에게 그렇다.
"우리가 전부 사악한 건 아니야" 남자가 말한다.
"우리도요." 지반이 대답한다.

🔖"저는 한 번도 어린아이였던 적이 없어요." 레브는 오직 그만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을 담아 말한다. "저는 십일조였고, 박수도였고, 도망자였지만 어린아이였던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러면 이제 아이가 되렴. 네겐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단 하룻밤만이라도 아이가 돼."(p.240)

#언와인드디스톨로지#언디바이디드#온전한존재#닐셔스터먼
#열린책들#서평단#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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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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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닐 셔스터먼 #도서제공

🏷<언솔드>는 마지막 피날레로 가기 위해 퍼즐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전체적인 그림을 맞춰나간다. 이 시리즈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서 600여쪽에 달하는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읽고 나니 폭풍 전야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 4권을 받았을 땐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었는데 정말 괜한 기우였다.

<언솔드>는 전편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은 없었지만, 그 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능동적 시민"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라인실드 부부에 대한 비밀도 밝혀진다. 또 새롭게 등장한 인물인 아전트와 그레이스를 비롯해서, 미쳐 날뛰는 스타키와 황새단, 드디어 한 곳에 모이게 된 코너, 리사, 캠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코너는 소니아를 찾아가던 도중 슈퍼마켓에서 코너를 알아본 아전트에게 납치당한다. 아전트는 코너를 숭배해서 그와 일을 도모하고 싶은 찌질이로 하필이면 코너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려 청소년 전담 경찰이 들이닥친다. 다행히 평소 아전트가 정박아라 무시하던 아전트의 누나 그레이스가 기지를 발휘해 코너를 구한다. 이후 코너와 레브, 그레이스는 <기회의 민족> 아파라치 부족을 찾아가고, <능동적 시민> 단체에서 도망친 캠을 만나 마침내 소니아에게 이른다. 다른 한편에선 스타키가 하비스트 캠프를 해방시키고, 본인이 원했던 대로 언론에 이름을 알린다. (스타키가 저지른 끔찍한 짓은 한 두개가 아니라, 얘가 망하는 건 정말 보고 싶다🙄...)

이제 세상은 열일곱살의 언와인드 제한을 없애려고 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의 신체를 언와인드하는 법안을 제정한다. 심지어는 돈을 벌기 위해 성인도 언와인드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능동적 시민>은 상반된 주장이 담긴 광고들에 돈을 씀으로써 사람들의 논점을 흐린다. 진짜 중요한 건 "언와인드"가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능동적 시민>은 "언와인드"의 옳고 그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누구를 언와인드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집중시킨다. 정말 악랄한 단체가 아닐 수 없다.

부유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뉴로위브나 근육재조정 등으로 더 우월한 언와인드의 신체를 이식시키는 일은 너무 흔해졌다. 마치 미국에서 총기가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총기산업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금지할 수 없는 것처럼, 언와인드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관련 산업은 너무 거대해서 아무도 이걸 멈추길 원하지 않는다. 세상은 점점 더 퇴화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코너와 레브, 리사 처럼 선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스타키처럼 온전한 몸으로 세상을 망치느니 차라리 언와인드 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도 있다. 닐 셔스터먼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든다. 스타키가 밉긴 하지만 언와인드는 옳지 않다. 인간은 부분의 합 그 이상이고, 아이들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삶을 살아낼 기회를 가져야 한자.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리와인드된 카뮈 콩프리의 존재는 논란의 대상이다. 캠은 이제 리와인드된 조각들과 그를 이루는 <내적공동체>의 수많은 기억을 헤집고, 자기 자신을 찾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능동적 시민>은 여전히 자신을 재산 취급하고, 캠이 모르는 계약을 체결한다. 캠은 로버타에게 자신이 주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하지만, 그의 손은 카뮈 콩프리가 아니라 윌 타시네의 서명을 한다. 마음 속에선 캠을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런 장면들은 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4편에선 이 흩어진 조각들이 모여 장대한 서사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닐 셔스터먼의 디스토피아는 항상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거기에 마치 스릴러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도합 2천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을 읽기가 힘들지 않을까..🤔

🔖너는 일정의 험프리 던피야. 우리 둘다 그래. 우리한테 일어난 모든 일로 갈가리 찢겼다가 다시 짜 맞춰졌지. 지금의 너는 예전의 너와 전혀 달라.(p.345)



#언와인드디스톨로지#언솔드#흩어진조각들#닐셔스터먼#열린책들
#서평단#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


🔖"10월 10일을 내 생일로 할게요. 콜럼버스의 날이요." 이미 그곳에 존재했고 발견될 필요가 없었던 땅 덩어리와 사람들을 기리는 날보다 캠의 생일로 더 적절한 날이 있을까.(p.51)

🔖난 정말 살아있는 걸까? 내가 존재하긴 하는걸까? 당연히 그는 유기체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인지 능력이 있는 존재로서는? 무언가가 아니라 누군가로서는? 그의 인생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수 없는 순간이 너무 많다.(p.148)

🔖결국은 그 감정을 제어해 야심으로, 추진력으로, 운이 좋다면 성취로 바꿀 수 있다. 부모가 뭐라고 코너에게서 그런 기회들을 빼앗는단 말인가?(p.270)
🔖내 말은, 이해한다고. 네가 부위를 모아 놓은 것이든, 쓰레기 자루든, 완전한 사람이든 나나 우나나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제발, 우리까지 그런 걸로 고민하게 하지 말아 줘.(p.399)

🔖"네가 잊은 게 있는데. 미국과 러시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폐허에서 서로에게 핵무기를 날릴 뺀했어."
"난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 너희 둘이 정말로 싸우기 시작하면, 난 핵무기 대피소를 만들 거야."(p.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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