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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유년기에 대한 작별인사와 같은 책. 인생은 상실과 쓰라림의 연속이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술에 대한 해석과 교양지식도 풍부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문학임을 느낄 수 있는건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책에 수록된 그림과 해석은 두고두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소장의사 만프로🤭!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열 살의 어린 아이 모나와 할아버지 '하비'가 매주 수요일마다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미술관을 방문하여 단 한 점의 그림만을 감상하는 이야기이다. 모나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지는 일을 겪고,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워한다. 하비는 모나가 시력을 잃기 전에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나의 엄마 카미유 에게는 아동정신의학자를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하고, 매주 파리의 아름다운 미술관들을 방문한다.
고전주의, 인상파, 초현실 주의를 비롯해서 회화, 조각, 설치미술이 이르기까지. 하비가 모나에게 보여주는 미술은 정말 다양하다. 책 뒷장에는 실제 작품 사진이 있어서 우리는 모나와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흔히들 알고 있고 유명한 그림 외에도, 작가의 덜 유명한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모네는 수련 연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엔 <생라자르역>이 수록되어 있고, 클림트는 키스가 아닌 <나무 아래 피어난 장미나무>, 몬드리안은 선과 기하학 무늬가 없는 회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미술에 조예가 많이 없어서 덜 유명하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은 물론, 다소 덜 알려진 작품들도 있어서 좋았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미술책이 아닌가 싶지만, 하비와 모나는 우리에게 삶과 예술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가르쳐준다. 모나는 맨 처음 만난 보티첼리로부터 받는 법을 배우고, 드가의 작품으로부턴 자기 삶을 춤출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일상과 예술이 뒤섞인 뒤샹의 아름다운 혼돈에서 충격을 받고, 모호하고 어려운 현대미술에서도 작품의 의미를 읽어낸다. 52주 동안 모나는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은 물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착실하게 배우거 성장해 나간다. 미술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모티프와 의미를 발견하고 삶에 대한 지혜로 연결시킬 때 더 빛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책 후반부에는 모나의 시력에 대한 비밀과 사랑하는 할머니 콜레트에 대해 모두가 감추는 사실이 밝혀진다. 에필로그까지 다 읽고 나면 하비와 모나의 52주간의 여정이 마무리가 된 것에 아쉬움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미술작품과 묵직한 메시지들, 그리고 어린 모나의 잔잔한 일상과 함께하여 읽는 내내 즐거웠다.
🏷파리를 방문한 것이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이 책을 읽고 미술관을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풍경화 설명은 지루하고 와닿지 않는 걸 보면 역시 나의 취향은 인상파와 현대미술..! 파리를 갔을 때도 오르셰 미술관이 정말 좋았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드가, 마네, 모네, 고흐의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 퐁피두 미술관은 처음 봤을 때 저게 미술관이야 싶었는데, 미술관의 모습만큼이나 안에 작품들도 흥미롭다. 그 시절에 정말 대충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니키 드 생팔의 <신부>는 꼭 다시 보고 싶다. 소장가치로는 정말 정말 충분한 책!
🔖흘러가는 시간을,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투쟁을, 이미 패배가 정해진 투쟁을 감히 해부하는 거란다.(p.108)
🔖삶은 불완전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거기에 살아가는 묘미가 있지.(p.255)
🔖알겠니,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삶이 그저 살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는 거야. 삶을 춤출 필요도 있어. 우리의 동작, 우리의 움직임, 우리의 행동이 세상만사의 일상적인 흐름, 관습과 제약에 따른 기계적이고도 끝없는 이어짐에서 가끔 벗어난다 해도 괜찮아. 조금 떨어져나가도 괜찮단다. 그게 자기 삶을 춤추기 위해서라면.(p.332)
🔖'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사물들 속에서도 혼을 체험'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칸딘스키의 말은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성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야.
러시아 변방의 오지 시골에서 만들어진 보잘것없는 물건에서도, 한 줄기 빛에서도, 그저 한 마리 새의 노래에서도. 그러므로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불꽃을 일깨우기 위해 무슨사원 같은 곳에 갈 필요가 더이상 없는 거야. 불티는 도처에 있어.(p.422)
🔖끊임없이, 다시, 언제나, 자기 자신을 구성해야 한다는 거야.(p.478)
🔖성장은 상실이다. 살아간다는 것, 그건 삶의 상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살아간다는 건 매초, 매분 삶에게 작별을 고할 줄 알게 되는 일이다.(p.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