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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평점 :
📚<엔트로피아>, 김필산 #도서제공
🏷소설은 크게 세 줄기로 나뉘어 있고 SF소설 답게 신박한 소재들을 볼 수 있다. 죽음에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인물, 말 그대로 <책이 된 남자>, 그리고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서울을 침공하는 <두 서울 전쟁>. 특히 마지막은 시간여행이라는 흔한 소재를 통근 열차 타듯이 시간여행을 한다는 개념으로 바꾸어 무척 새롭다. 다만, 세 이야기의 연결성이 다소 부족하여🤔 선지자가 나머지 두 이야기를 소개하는 구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첫 번째 이야기인 <거란족의 마지막 예언자>와 세 번째 이야기 <두 서울 전쟁>은 과거와 역사,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데서 통하는 면이 있다. 선지자는 인간의 자유의지란 착각이며, 시간은 절대 흐르지 않고 과거와 미래는 고정불변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조부진이나 김신주 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선지자는 히스파니아의 앞날을 점치기 위해 찾아온 로마장군에게, 무슨 짓을 해도 미래가 바뀔 수 없음을 설파하기 위해 위 세가지 이야기를 차용한다. 그치만 두 번째 <책이 된 남자>는 도통 그 의도를 모르겠다. 따로 놓고 보아도 다 재밌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엮을 필요가 있었을까 란 생각이 든다.
연결성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책이 된 남자> 편은 딥러닝을 아주 신기하게 풀어낸 이야기로 무척이나 흥미롭다. "현대의 AI와 딥러닝을 대수학과 연산, 책으로 풀어본다면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하며 작가님이 신나서 쓴 소설 같다. 내용은 은은한 광기를 가진 연금술사와 불쌍하게 책이 된 남자 콤니무스의 이야기이다. 연금술사 알 라시르에 따르면 인간의 생은 지혜의 방정식을 연쇄적으로 푸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문과인 저는..잘 모르겠어요...정말 문송합니다😇 어쨌거나 이 방정식을 컴퓨터도 없이 손으로 풀어낸 레오의 노가다란...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두 서울 전쟁>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여행을 통근열차처럼 모두가 이용하는 세계를 그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역사와 미래가 불변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조부진이라는 한 독재자는 싱크탱크를 통해, 어떠한 조브진도 하지 않을 행동을 함으로써 역사를 바꾼다. 하지만 스물셋의 대학생 완서준이 느끼기에, 조부진이 미래의 서울을 침공하는 것은 정해진 역사이다. 조부진은 서울을 침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지키고 역사를 바꿨다고 하지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즉, 조부진이 역사를 바꾸고, 이를 막기 위해 김신주가 또 역사를 바꾸었다 하더라도, 그건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김신주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인류와 시간선을 지키는 데 성공하지만, 그게 옳은 일이었을지는 의문이 든다.
맨 앞에 있는 시대적 연보를 보면서 책을 읽어야, 거꾸로 가는 선지자의 시간을 따라가기 쉽다. 초반부에 소개되는 거란이나 몽골의 역사도 흥미롭고, 수학과 물리학, 시간을 마구 엮어낸 이야기들도 짜임새가 훌륭하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이 오랜 과거인지라 SF 소설에선 잘 볼 수 없는 시기여서 새로웠다. 작가님이 물리학 전공이시라 하니 이런 문체러 삼체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소설을 쓰시면 재밌을 것 같은데...내가 이해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보통의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믿고 내리는 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래는 하나의 강물로 흘러가더군. 인간은 선택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지.(p.16)
🔖"과거로부터 미래로, 질서로부터 혼돈으로, 시그눔으로부터 엔트로피아로."(p.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