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건 부모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 P103

사실 그는, 타인들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재미있는 사람들은 섬 같은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 P110

"그런 사람들은 길거리나 파티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계획을 세워서 찾아가야 하는거지요." - P110

나는 그날 그가 찍은 사진이, 사실은 줄곧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적어도 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게 그와 나 사이의 차이였다. 그는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반면 나는, 분명, 그 상황 안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 P112

산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어딘가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드산객을 산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종종, 인생이란 그렇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에 대한 형벌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 혹은 공감하지 못했던 일들일 거라고, 그가 모르는 것 혹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들을 언젠가는 억지로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이다. - P113

자기를 속이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는 겁니다. - P114

"그래서 제가 배운 게 있습니다. 무언가를 개선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된 데에는 나쁜 사람들뿐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책임도 있는 겁니다. 개선이라는 건 그저 개인적인 환상일 뿐입니다. 그것도 나름대로는 참 외로운 일이죠. 안젤리키의 소설 제목 「외로운 자리」처럼요. 우리 모두 거기에 중독돼 있는 거죠." - P119

나는 ‘진정한‘ 자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신 안에 어떤 독립된, 주체적인 자아가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자아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 P126

지금 옛날을 되돌아보면, 특히 결혼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와 아내는 선입견이라는 아주 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 선입견 때문에 우리는 주변과 건널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살았던 겁니다. 그런 거리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었겠지만, 그만큼 환상이 들어설 여지도 생겼던 거죠. 내 생각에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상들의 진짜 모습을 단 한 번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그것들에게 영향을 받을 위험도 없었겠지만요. 우리는 대상들이나 사람들, 혹은 장소들을 볼 때, 배를 탄 상태에서 지나가는 육지를 바라보는사람들처럼 엿보기만 했던 거예요. 그런 대상들의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혹은 그쪽에서 우리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양쪽 모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겁니다." - P142

"어쨌든 진실은 남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을 마주하세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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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가지 삶의 방식-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과 그런 순간 밖에서 사는 것-중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이었을까. - P91

그는 말했다. 성인이 된 후에 줄곧 따르려고 했던 결혼이라는 틀이, 사실은 환상에 불과한 것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 P92

두 아들의 삶에서 아름다웠던 것들은, 엄격히 말하자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상대방과 함께 꿈꾸었던 결과라는 사실 말이다. - P97

나는 그것이 사랑에 대한 하나의 정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직 두 사람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믿는 일, - P97

조화는 시간을 초월하고 무게도 없는 것인 반면, 적대감은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을 차지했다. 손에 잡히지 않던 것들이 단단한 실체를 가지게 되었으며,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이 형체를 띠게 되었고, 사적인 것들이 공개되었다. 평화가 전쟁이 될 때, 사랑이 증오로 바뀔 때, 무언가가 세상에 등장하게 마련인데, 그건 유한성이 지닌 순수한 힘이었다. 사랑이 우리들을 무한한 세계에 붙잡아둔다면, 증오는 그 반대였다. 놀라운 점은 증오는 아주 세세한 것들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아무것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었다. - P98

그의 어머니는, 첫 번째 결혼이 파국을 맞은 후에 이혼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그에게, 가족이라는 게 그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거라고, 이혼을 안 했으면 아마 아이들은 다른 일로 힘들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결점의 어린 시절 같은건 없다는 이야기였다. 고통이 없는 삶 같은 것도 없었다. - P100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잡아두고 싶어도 모든 것은 흩어지게 마련이고, 그 뒤에 남은 게 뭐든 거기에 감사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그는 남은 것에 감사해보려고 노력했다. - P101

세상은, 전처 같은 사람, 자신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버려버리는 사람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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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기의 지혜는 참으로 심오합니다.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얻는것은 끝이 없지요.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설사 그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요.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 P108

"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 P110

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 대부분은 자발적인 것이며 스스로 초래한 고통입니다. 이 진리는 부처님의 무척 위대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 P112

떠오르는 생각을 거르지 못하고 다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가 되어 수시로 상처받습니다. 인생의 어떤 영역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제 상처에 신경 쓰느라 지혜로운 선택도 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모두 믿어버린다면 우리 삶에서 가장 암울한 순간에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말 그대로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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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는 사랑을 믿습니다. 사랑이 거의 모든 것을 회복시켜주니까요. 그리고 사랑이 그렇게 회복시켜주는 동안은, 아픔도 사라지니까요. 예를 들어, 당신이-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슬프다고 해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슬픔은 멈추는 겁니다." - P35

그런 일들을 통해 라이언이 배운 것은 실패는 자꾸만 되돌아오는 반면, 성공은 끊임없이 스스로 확인해야만 하는 무엇이라는 점이었다. - P51

기댈 수 있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더 좋은 작가가 된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을 덜 뒤틀린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에 있을 때보다 미국에 있을 때가 더 아일랜드인다웠다. - P53

"결혼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관계의 밀도가 높을 때 어떤 틀이 마련되는데, 그런 밀도는 절대 반복되지 않죠. 그 틀이 믿음의 근거가 되는 거예요. 가끔 그 근거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이 그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차마 단념은 못합니다." - P56

성공을 하면 이전에 알던 것과는 멀어지는 모양이라고, 남자는 말했다. 실패를 하면 과거의 세계에 운명처럼 얽매이고 말지만 말이다. - P79

길을 잃었다는 느낌에는 언젠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따라오지 않을 테니까. - P84

사람들은 원래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할 때는 상대를 좀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법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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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일들은 종종 운명적인 무언가를 재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P9

남자는 세련되고 정중한 영어를 사용했는데, 영어가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 같지는 않았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림을 그리듯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덧칠된 것 같은 영어였다. - P9

어떻게 그런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일 수있었냐고 내가 물었을 때,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돈이라는 게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를 이루죠. 부모님은 선주였고, 우리 가문은 국제적인 사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작은 섬에서 태어났죠. 아마 들어보신 적도 없을 겁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섬과 아주 근덥하기는 하지만요" - P10

결혼은 다른 무엇보다도 신뢰에 바탕을 둔 체계, 하나의 이야기이며, 결혼 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로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그 생활을 이끌어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신비한 무엇이라고 - P15

결국 현실은, 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집은 사라져버린 것들이 있던 지리적 공간, 그리고 내 생각에는, 언젠가는 그것들을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대변하는 공간이었다. 그 집에서 나왔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 P15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정확히 그 자리에, 약속 장소에 머무르는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 P16

"어릴 때 건초 더미를 담은 수레가 밭에서 돌아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건초를 어찌나 많이 실었는지 쓰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죠. 아래위로 출렁거리고, 깜짝 놀랄 정도로 휘청거리는데, 놀랍게도 쓰러지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드디어 쓰러진 걸 본 거예요. 수레가 옆으로 쓰러져 있고, 주변에 건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옆에 있던 어른한테 물었더니 길에서 살짝 솟은 부분이 있어서 거기 부딪혔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언젠가 일어날 사고였지만, 또 참 바보 같은 일이었다고요. 첫 아내와 나한테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우리도 길에서 살짝 솟은 부분에 부딪혔고, 그렇게 넘어진 거죠." - P16

길에서 살짝 솟은 부분은 그의 결혼만 넘어뜨린 게 아니었다. 그 부분 때문에 그는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아주 길기만 하고 목적지도 없는 우회로, 실제로는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지금도 가끔은 그저 여행 중에 지나는 길처럼 느껴지는 길이었다. - P18

마치 안락의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특히 장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 양반은 뭐든 극단적으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옆자리 남자는 장인이 과거에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 외상을 입었던 게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삶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움직였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그런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장인이 침묵하는 이유 같은 건 생각해볼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장인의 고통을알아보는 것을 통해 옆자리 남자는, 자신의 고통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 P25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런 인식을 통해 그는 그때까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지난 개인사가, 그렇게 관점을 바꾸자, 어떤 윤리적인 여정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등산 중에 뒤를 돌아보는 등산객처럼,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살폈다. 더 이상 올라가는 일에만 마음을 두지 않았다. - P26

무슨 짓을 해도, 환상과 실재 사이의 간극은 메울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점점 비워지는 것같더군요"라고 옆자리 남자는 말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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