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증오하는 것, 나를 증오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은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 P223
스스로에 대해서나 서로에 대해서 그런 환상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이런저런 일들의 진짜 가치를 알아볼 수 있고, 옛날에 어떻게 보였는지도 알아볼 수 있는 진실의 경지에 이르는 거라고, 엘레나는 덧붙였다. 그런 진실들 중 몇몇은 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는, 그녀가 보기에는, 어떤 사람의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보이는 한쪽 모습만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상대하려는 태도라고 그녀는 말했다. - P225
우리가 말의 그물에 걸린 것 같은 느낌, 그 끈이나 마디 때문에 뒤엉켜버린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우리 둘 다 그 뒤엉킨 매듭들을 풀어줄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그것들이 또 다른 매듭이 돼서 더 엉키는 거예요. - P230
‘생략‘ ellipsis이라는 단어는, 그 친구들의 설명에 따르면, 어원 그대로는 ‘침묵 속에 숨다‘라는의미였다. - P213
"부모가 되면 사람이 용감해지기도 하죠. 아니면 아무 거리낌이 없어진다고나 할까요" - P214
나는 누구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 자체가 너무 낯선 일이 돼버려서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옆자리 남자와의 일은, 서로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어떤 상황에 대한 완벽한 예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 P217
그녀 본인으로 말하자면, 바로 그런 식으로 솔직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남자들에 대한 환상을 깨고 바닥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말했던 남자들이 바로 다음 순간 대놓고 그녀를 모욕하곤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바로 그렇게 서로 솔직해지는 순간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어떤 종류의 가식, 마치 실제로는 단지 그 순간에 그녀를 이용하고 싶을 뿐인 어떤 남자가, 마치 그녀를 온전히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라고 했다. - P219
내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많다. 아내, 엄마, 딸, 언니, 시어머니, 할머니.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매년 한 군데씩 고장이 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다뤄내는 힘이 약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내려놓고 내면의 힘을 더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이 늘 위험하게 마련이죠.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요." - P188
사람들이 본인들이라면 절대 꿈도 꾸지 않을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권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그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 P188
"어쩌면 우리 모두 동물원에 있는 동물 같은 신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리 중 한 녀석이 우리 바깥으로 나가는 걸 보면 미친듯이 달아나라고 하죠. 그렇게 나간 녀석이 결국엔 길을 잃고 말 운명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 P189
뭘 하든 그걸 하면서 스스로 즐기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옆자리 남자는 말했다. - P192
사람들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너그럽지 않게 되니까요. - P204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 P122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