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는 말이 많고 강자는 먹는 게 많구나 하고 진수는 생각했다. - P51
진수는 조금 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약자가 말이 많은 게 아니었다. 강자가 말이 많았다. 정확히는, 강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다 - P52
강자가 말을 하면 약자는 듣고 강자가 침묵하면 약자는 눈치를 살피며 무슨 말이든 해야했다. - P52
따지고 보면 그의 꿈의 변천사는 ‘되고 싶다‘와 ‘될 수 없다‘ 사이의 지난한 투쟁의 역사였다. - P60
그는 세상의 주변이었다. 서점 베스트쎌러 진열대 뒤 구석에 꽂힌,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었다. - P63
시간이 흐른다는 것, 그에 따라 생명이 시들고 말라비틀어지고 마침내 소멸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P67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 P105
글을 쓰다 보면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 곁을 떠나간 것들에 대해서.
누구나 떠나고 누구나 떠나보낸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이해할 수 없어도, 떠나는 것은 떠나는 것이다. - P130
잘못한 것이 없어도 꿈은 떠나가고, 젊음도 떠나가고, 사람도 떠나가고. 가난은 자꾸만 새끼를치고, 자식은 자꾸만 사고를 치고. - P134
내가 바라는 것은 평지였다. 넓고 평탄하고 일직선으로 쭉 뻗은 큰길. 길을 따라 앞으로 걷기만 해도 오가는 사람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떠나간 사람들이 어디쯤 있는지도 찾아볼 수 있는, 운 좋게 그들을 찾아낸다면 짧은 안부라도 건넬 수 있는, 그런 길 말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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