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나 가족과 헤어지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역에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를 배웅한다. 사촌을 방문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군대에 입대한다. 결혼을 하고 외국 여행을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가까운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서 그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고, 머잖아 그로부터 소식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인간경험의 일부인 것이다. - P29

그러나 우리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작별을 고하는 법은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물건과 작별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친구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극성스럽게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꽤 많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 물건들을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옮긴다. 표면의 먼지를 떨고 광을 내며, 가까이에서 너무 거칠게 노는 아이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런 물건들에 계속해서 추억이 쌓여 점점 더 중요성을 띠게 되는 것을 허용한다. - P30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정성껏 간수해온 이런 물건들이 친구나 동반자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 - P30

우리에게 원한을 품어 언제든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굴복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동정과 연민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법으로 대담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때로는 같은 효과를 낸다........ - P43

하지만 모든 시기는 나름대로 미덕이 있다. 혼란의 시대라 할지라도…… - P48

풍요로운 시기에는 어떤 시시한 요리사도 미각을 만족시킬 수 있다. 요리사의 창의력을 진정으로 시험하려면 오히려 궁핍한 시기에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쟁보다 궁핍을 더 잘 제공하는 것이 어디 있는가? - P49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백작은 평생을 연금 상태로 지내야 하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 목표를 이루려면어떻게 하는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궁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P52

오랫동안 백작은 신사란 불신감을 가지고 거울을 보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거울은 자기 발견의 도구이기보다는 자기기만의 도구인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 P65

신사의 존재는 외투의 맵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태도와 발언과 몸가짐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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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성으로 힘을 돋우고," 백작이 말했다. "신사는 책상으로 힘을 돋우니까." - P26

늦게 들어가는 것, 그것은 얼마나 저릿한 젊음의 치기였던가.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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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앤이 팅커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려 하더니, 이제는 팅커가 자신과 앤의 상황을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이야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렇듯이, 그 두가지 측면 모두 변명에 불과했다. - P417

좋든 나쁘든, 사람이 자기를 웃음거리로 삼아 신나게 웃어대는 것만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은 별로 없다. - P456

"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빠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 그가 말했다. - P477

한 해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그해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이 인간 본성 중에서도 불변의 법칙인 것 같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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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들에는 그들의 삶 속에 조용히 배어 있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감상적인 부분(사진 속 친척들은 물론이고 배경이 된 장소들 또한 감상적인 추억의 대상이었다)이 표현되어 있었다. - P310

브라이튼비치나 로워이스트사이드에서는 선반에 놓은 말린 꽃이나 타오르는 촛불 뒤에 그냥 사진 한 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몸을 굽히고 힘들게 살아온 한 세대의 삶이 낳은 사진이었다. 그런 동네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에는 자손들을 위해 희생하신 선조를 기리는 마음이 아련하게 배어 있었다. - P311

월러스가 내게 알려준 이 작은 정보는 내가 처음부터 마땅히 알고 있어야 했던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다. 팅커와 내가 성인이 될 때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란히 서있었다는 사실. - P314

그건 인생이 일부러 마련해준 아이러니인 것 같다. 우리가 그런 모습의 자신을 결코 볼 수 없다는 것. 우리는 깨어 있을 때의 자기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깨어 있을 때의 모습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항상 안절부절못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젊은 부모들이 곤히 잠든 아기를 홀린 듯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도 어쩌면 바로 그 때문인지 모른다. - P344

팅커가 앤의 시선을 따라 식당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나를 보는 순간 그의 매력이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렸다.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고, 근육이 늘어졌다. 사람의 본 모습을 좀 더 분명히 알게 해주는, 자연의 방식이었다. - P383

모욕을 당했을 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것은 그 자리를 즉시 떠날 수 있을 만큼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 P383

"인생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신호들이 많죠." - P409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이 더 많아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필요한 것이 원하는 것을 능가하는 사람들이에요." - P414

분노든 시기심이든 굴욕감이든 감정이 한창 고조돼 있을 때 내뱉으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면, 그 말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내가 살면서 알게 된 훌륭한 금언 중 하나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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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결코 손에 넣지 못할 것들의 총합이었지만, 이 일당에게 뉴욕은 안 될 것 같던 일도 가능해지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그럴듯해지고, 불가능한 일도 가능해지는 도시였다. 그러니까 정신을 똑바로 유지하려면, 가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했다. - P272

잘 모르는 사람 눈에 그들은 모두 대단해 보였다. 부와 지위가 발휘한 연금술 덕분에 확고하게 갖게 된 몸가짐을 내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포부와 시기심, 불신과 욕망, 이런 것들도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거겠지만. - P273

"팅커와 이브한테서는...... 소식이 있었어요?"
월러스가 물었다. 이것은 그리 친하지 않은 지인들이 침묵을 물리치기 위해 꺼내는 평범한 공통화제에 속하는 말이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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