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장 사악한 존재다. - P162
눈이 있는 한, 그리고 책이 있는 한 모든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149
아마도 중년의 교육에 대한 말은 모두 멋지게 들릴 것이다. 다만 유일한 오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P151
그대들이 인간 중 가장 무거운 고난의 짐을 진 누군가를 안다면 내 고통은 그의 고통과 비슷할 것이오. - 호메로스 - P136
지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와 평온한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바람에 많은 속삭임이 실려 있다.…………. 모든 시간은 상처를 준다는 말이 라디오에서 방금 나왔다. 이는 진실이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 힘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 P138
내가 한 모든 실패에 진절머리가 난다. 주로 엄마로 사는 것에 그렇다. 내가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천 배도 넘게 이 아이들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사이에 있는 이 무서운 부모 자식 간의 격의 없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진짜 참된 관계는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이 관계는 양쪽 모두에게 일종의 의존상태가 된다. 엄마는 책임을 느낀다. 아이는 엄마에게 일종의 기대감을 느낀다. 벗어나고 싶다...………. - P105
시간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 P106
청소부로 사는 데는 늘 양심의 가책이 따른다. 잊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늘 있다. 청소는 조금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된 일 중 하나다. - P109
일하지 않는데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늘 일을 하는데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체제가 잘못되었다). - P109
내 생각에 나들이는 미리 계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즐거움을 너무 급작스럽게 느끼기보다는 나들이를 기다리는 설렘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 P110
나는 내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게 배울 필요가 있었다. - P112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스스로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내가 잘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한 사람은 알아서 살지만 강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그것이 그렇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잘 살아간다. - P113
내가 아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 P116
누구든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생각한다. - P116
나는 피투성이 두 손으로/ 모든 편견을 할퀸다/울타리 옆에는 또 울타리//아무도 울타리를 없애는 일에 관심이 없다/울타리는 그곳에 있을 뿐/사람들은 더욱더 높이 만든다/울타리는 주위마다 있다//왜 아무도 바깥에서 오지 않는가?/왜 나는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가?/왜 이 모든 울타리가 있는가? - P118
사람들은 자신이 당하지 않은 일에는 쿨하다. 심지어 관대하기까지 하다. 황현산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내가 겪지 않았으니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외면할 수 있는 것이고, 분노도 느끼지 않는 것이겠지.죽음은 모든 걸 용서한다고 하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도 때로는 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그녀, 수진이 당한 일에서는 전율을 느꼈다. 동호 엄마가 동호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울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지도자가 개개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무시무시함을, 그리고 그런 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삶이 무너져 내림을 보았다.어떻게 그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