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일을 해낸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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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는 또한 꽤나 고소해했다. 사람들이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모습, 자연의 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 P52

로즈는 학교의 질서는 변경 불가능한 것이고 그곳의 규칙은 플로가 이해할 수 있는 그 어떤 규칙과도 다르며 그 야만성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믿었다. 정의와 청결은 제 인생의 미개한 단계에서 형성된 순진한 개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 P53

플로의 말에 의하면, 성공회와 장로교 신자는 고상한 체하는 속물이고 나머지는 예배중에 광분해 날뛰는 무리이며 가톨릭 신자는 교황에게 줄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표리부동하고 타락했어도 묵인하는 이들이었다. 따라서 로즈는 그 어떤 교회에도 가지 않아도 되었다. - P54

그녀는 모두가 생각한 것만큼 멍청한게 아니라 그저 끊이지 않는 공격에 놀라고 어리둥절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어딘가 희망찬 구석이 있었다. - P56

프래니에게 가해지는 행동에는 보편적인 의미가 없었기에, 다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학대의 연속에 불과했다. - P57

그녀는 애들이 뭘 두고 싸우는지도 확실히 몰랐고 싸움에 재능도 없었으며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등뒤에서 눈덩이나 돌덩이나 조약돌이 날아오면 항상 깜짝 놀랐다. 자신은 학교라는 세계에서 기를 펴고 살지 못할 것임을, 확고한 위치-그런 게 있기나 하다면-를 차지하지도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참하지는 않았다. 변소에 갈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아무리 겁을 내고 소심하게 굴더라도, 그 어떤 충격과 불길한 예감에 시달린다 해도, 생존법을 배우는 것은 비참하게 사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기엔 너무 흥미롭다. - P58

웨스트핸래티에서 어른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 P59

붉은머리딱따구리, 꾀꼬리, 파랑 어치, 캐나다 기러기. 선명하고 오래가는 색깔. 배경의 하얀 눈, 꽃 피는 나뭇가지, 강렬한 여름 하늘. 그 그림들은 평범한 교실에서라면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것들은 환하고 거창하며 그 외의 모든 것과 너무도 달라서, 그림이 나타내는 것은 새 자체도, 하늘도, 눈도 아니라, 깨지지 않는 순수함, 풍부한 지식, 특권을 지닌 이들만 누릴 수 있는 경쾌함이 있는 다른 세상 같았다. 도시락을 훔치거나 코트를 칼로 찢거나 바지를 끌어내리고 막대기로 아프게 쑤시는 일이 없는 세상. 씹질도없고, 프래니도 없는 세상. - P62

그녀가 역겨워한 것은 사랑이었다. 예속과 자기비하와 자기기만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그 위험을 보았고 허점을 읽었다. 앞뒤를 가리지않는 희망, 열의, 바람. - P72

그녀가 배운 바에 의하면 인생이란 대체로 놀라운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그 이야기를 자꾸만 들추며 코라를 점점 더 나쁘게 -가무잡잡하고 털이 많고 뚱뚱하고 팔자걸음을 걷는다고-묘사하는 플로를 보면 그녀가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토록 긴 시간이 흘렀는데, 그리고 이제 아무 소용도 없는데, 로즈는 플로가 자꾸 경고하고 자신을 바꾸려 한다고 여겼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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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무엇이든 머리에 그려보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은 꼬치꼬치 따져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런 욕구는 말썽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서 그녀는 위협을 마음에 새기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매질이 장엄할 수 있지? - P11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서나 플로에 대해서나 뭐든 더 아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나이에 이르러 있었다. 무엇을 알게 되건 당혹감을 느끼고 진저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 P14

저런 말을 내뱉는 사람과 아버지로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비록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 사람을 아는 척하는 것은 천박한 행동일 것이다.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 P16

로즈의 성정은 뾰족한 껍질에 싸인 파인애플처럼 자라났으나 그 변화는 느리고 은밀했다. 단단한 자존심과 회의주의가 서로 겹쳐지면서 로즈 자신에게조차 놀라운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P18

현재의 사람들을 과거에 끼워맞출 수가 없었다. - P23

로즈는 플로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했든, 자신이 무슨 말이나 행동을 했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 그 자체이며, 그것을 멈출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로 멈출 수 없다. - P34

배신은 일상성의 이면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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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을 꺾어버리거나 내팽개쳐버리는 힘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힘들로부터도, 또 그 어떤 실제적인 위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 P95

"기도하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니까 또 되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을 감고 ‘하느님, 우릴 도와주세요. 스코티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게 다지만. 그러고 나니까 나머지는 쉬웠어. 그냥 술술 나오네. 당신도 기도하고 싶으면"이라고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 P101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들이 이 곤경 속에 함께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그 곤경이 자신과 스코티에게만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 P102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제 그들은 서로의 가슴속까지도 느끼는 듯했다. 마치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온몸이 투명해진 사람들처럼. - P105

얼마간이라도 말을 하거나 자기 근심을 나눠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잠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그녀는 이해했다. - P107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 P110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생각은 흑인 가족의 일로 이어졌다. 그녀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과 햄버거 포장지로 뒤덮여 있던 탁자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바라보던 십대 여자애를 기억했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 P113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요."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놔두고 갈 순 없어. 안 돼." 그녀는 자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듣고는, 흘러나오는 말이라는 게 고작 TV 프로그램 같은 데 보면, 폭력이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넋이 빠진 사람들이 쓰는 그런 따위라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말을 원했다. "안 돼"라고 그녀는 말했고, 어떤 이유에선가 축 늘어지던 흑인 여자의 머리통이 떠올랐다. "안 돼." 그녀가 다시 말했다. - P118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상냥하게 말했다. "하워드, 없어. 스코티는 이제 없고, 우리는 앞으로 그런 삶에 익숙해져야만 해. 혼자 남는 삶에." - P119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소." 빵집 주인이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내 말을 잘 들어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지 몰라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들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어쨌든 내가 어땠건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거요. 지금은 그저 빵장수일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들의 변명이 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 자제분에게 일어난 일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한 일도 죄송합니다." 빵집 주인은 말했다. - P126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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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우리는 원하는 운명을 손에 넣으려 서두르다가 오히려 놓치기 일쑤니 말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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