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을 꺾어버리거나 내팽개쳐버리는 힘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힘들로부터도, 또 그 어떤 실제적인 위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 P95

"기도하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니까 또 되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을 감고 ‘하느님, 우릴 도와주세요. 스코티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게 다지만. 그러고 나니까 나머지는 쉬웠어. 그냥 술술 나오네. 당신도 기도하고 싶으면"이라고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 P101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들이 이 곤경 속에 함께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그 곤경이 자신과 스코티에게만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 P102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제 그들은 서로의 가슴속까지도 느끼는 듯했다. 마치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온몸이 투명해진 사람들처럼. - P105

얼마간이라도 말을 하거나 자기 근심을 나눠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잠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그녀는 이해했다. - P107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 P110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생각은 흑인 가족의 일로 이어졌다. 그녀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과 햄버거 포장지로 뒤덮여 있던 탁자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바라보던 십대 여자애를 기억했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 P113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요."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놔두고 갈 순 없어. 안 돼." 그녀는 자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듣고는, 흘러나오는 말이라는 게 고작 TV 프로그램 같은 데 보면, 폭력이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넋이 빠진 사람들이 쓰는 그런 따위라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말을 원했다. "안 돼"라고 그녀는 말했고, 어떤 이유에선가 축 늘어지던 흑인 여자의 머리통이 떠올랐다. "안 돼." 그녀가 다시 말했다. - P118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상냥하게 말했다. "하워드, 없어. 스코티는 이제 없고, 우리는 앞으로 그런 삶에 익숙해져야만 해. 혼자 남는 삶에." - P119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소." 빵집 주인이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내 말을 잘 들어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지 몰라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들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어쨌든 내가 어땠건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거요. 지금은 그저 빵장수일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들의 변명이 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 자제분에게 일어난 일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한 일도 죄송합니다." 빵집 주인은 말했다. - P126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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