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려는 일도, 내가 감히 하려는 일도, 저렇게 하찮은 일이 아닐까…………… - P204

나는 베란다를 떠났다. 그럭저럭 반 시간은 거뜬히 지나갔다. 술 한 모금만 달라고 부탁해볼걸. 긴장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고통을 느끼는 바이올린 줄이 있다면 내가 바로 그 줄이었다. 그러나 허둥대는 모습은 꼴사납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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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측과 근심보다 더욱더 불안한 점은 유럽인으로 태어나 이제 막 미국 시민이 된 험버트 험버트가 죽은 아내가 남긴 (생후 12년 7개월 된) 딸의 합법적 보호자가 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감히 그런 절차를 밟아도 될까?
관습법의 온갖 신비로운 규범과 냉정한 시선 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오싹한 전율을 억누를 수 없었다. - P170

욕정의 얼굴은 늘 우울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한시도, 심지어 벨벳처럼 보들보들한 희생양을 감옥에 잘 가둬둔 경우에도 안심하지못하고 혹시 경쟁관계의 다른 악마나 유력한 신이 목전의 승리를 무산시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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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을 그런 척하는 대가로 우리는 땀을 흘린다. - P80

곤경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플로와 로즈는 그렇게 합의했다. - P81

그녀의 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헛간은 잠겼고 그의 책들은 다시는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할 것이며 내일은 그가 마지막으로 신발을 신는 날이 될 터였다. 그들은 모두 이런 생각에 익숙했고, 어떤 면에서는 그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보다 일어나지 않을 때 더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못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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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일을 해낸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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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는 또한 꽤나 고소해했다. 사람들이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모습, 자연의 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 P52

로즈는 학교의 질서는 변경 불가능한 것이고 그곳의 규칙은 플로가 이해할 수 있는 그 어떤 규칙과도 다르며 그 야만성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믿었다. 정의와 청결은 제 인생의 미개한 단계에서 형성된 순진한 개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 P53

플로의 말에 의하면, 성공회와 장로교 신자는 고상한 체하는 속물이고 나머지는 예배중에 광분해 날뛰는 무리이며 가톨릭 신자는 교황에게 줄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표리부동하고 타락했어도 묵인하는 이들이었다. 따라서 로즈는 그 어떤 교회에도 가지 않아도 되었다. - P54

그녀는 모두가 생각한 것만큼 멍청한게 아니라 그저 끊이지 않는 공격에 놀라고 어리둥절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어딘가 희망찬 구석이 있었다. - P56

프래니에게 가해지는 행동에는 보편적인 의미가 없었기에, 다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학대의 연속에 불과했다. - P57

그녀는 애들이 뭘 두고 싸우는지도 확실히 몰랐고 싸움에 재능도 없었으며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등뒤에서 눈덩이나 돌덩이나 조약돌이 날아오면 항상 깜짝 놀랐다. 자신은 학교라는 세계에서 기를 펴고 살지 못할 것임을, 확고한 위치-그런 게 있기나 하다면-를 차지하지도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참하지는 않았다. 변소에 갈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아무리 겁을 내고 소심하게 굴더라도, 그 어떤 충격과 불길한 예감에 시달린다 해도, 생존법을 배우는 것은 비참하게 사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기엔 너무 흥미롭다. - P58

웨스트핸래티에서 어른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 P59

붉은머리딱따구리, 꾀꼬리, 파랑 어치, 캐나다 기러기. 선명하고 오래가는 색깔. 배경의 하얀 눈, 꽃 피는 나뭇가지, 강렬한 여름 하늘. 그 그림들은 평범한 교실에서라면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것들은 환하고 거창하며 그 외의 모든 것과 너무도 달라서, 그림이 나타내는 것은 새 자체도, 하늘도, 눈도 아니라, 깨지지 않는 순수함, 풍부한 지식, 특권을 지닌 이들만 누릴 수 있는 경쾌함이 있는 다른 세상 같았다. 도시락을 훔치거나 코트를 칼로 찢거나 바지를 끌어내리고 막대기로 아프게 쑤시는 일이 없는 세상. 씹질도없고, 프래니도 없는 세상. - P62

그녀가 역겨워한 것은 사랑이었다. 예속과 자기비하와 자기기만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그 위험을 보았고 허점을 읽었다. 앞뒤를 가리지않는 희망, 열의, 바람. - P72

그녀가 배운 바에 의하면 인생이란 대체로 놀라운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그 이야기를 자꾸만 들추며 코라를 점점 더 나쁘게 -가무잡잡하고 털이 많고 뚱뚱하고 팔자걸음을 걷는다고-묘사하는 플로를 보면 그녀가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토록 긴 시간이 흘렀는데, 그리고 이제 아무 소용도 없는데, 로즈는 플로가 자꾸 경고하고 자신을 바꾸려 한다고 여겼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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